지난 주말 휴일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대단한 사유를 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지만 지난 주말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필 지난 드라마 ‘열혈사제’를 보면서요.
법이라는 것이 정의의 상징이라지만, 대한민국에서 법망(法網)은 마치 신기루와 같습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하고 촘촘한 철망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권력자들에게만 보이는 비밀의 틈이 있는 듯합니다. 그들이 이 틈을 통과하는 순간, 새삼 또 깨닫습니다. 법이란 강자에게는 방패요, 약자에게는 올가미라는 사실을.
누구는 법 앞에서 한낱 흙처럼 짓밟히고, 누구는 사뿐히 바람을 타고 넘어 날아갑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훔친 노숙자는 단호하게 수갑이 채워지지만, 수천억을 빼돌리고 권력을 남용하던 권세가들은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태연히 집과 법원을 오갑니다. 법이란 정말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인가요? 아니면, 권력자들에게만 특별히 제작된 ‘맞춤형 법망’이 따로 존재하는 걸까요?
법정에 선 권세가들의 모습은 마치 교묘하게 잘 짜인 마술쇼를 보는 듯합니다. 범죄 혐의가 산더미처럼 쌓여도, 이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기술은 오랜 세월 다듬어진 ‘장인’ 같기도 합니다. 도망치는 건 어디까지나 죄인들의 행동일 뿐, 힘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법적 대응’이라 부르고, ‘정당한 방어권’이라 꾸며댑니다.
법정에 선 권세가는 “저는 모릅니다”, “보고받지 못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이건 정치적 탄압입니다” 이 말이 나오면, 수많은 지지자가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여론은 점점 흐려지고, 결국 사람들은 ‘어쩌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합니다. 초호화 변호인단을 대동하고, 끝없는 법정 공방을 벌입니다. 변호사는 현란한 법률 용어를 나열하며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며 시간을 끌더군요.
법을 지키는 사람은 바보가 되고, 법을 이용하는 사람은 승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법을 어긴 약자는 철창신세를 면치 못하지만, 법을 요리하는 강자는 웃으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법의 정의란 것이 애초부터 특정 계층에게만 적용되는 ‘선택적 원칙’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법망은 존재하지만, 여전히 작은 물고기들만 걸려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영화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현실감각이 떨어진 탓일까요? 아직도 제가 드라마 속에서 못 빠져나오고 있는 것일까요? <김영희 디지털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