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요즘에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천냥 빚을 지고 살게 되는 세상입니다. 말 한마디, 문장 한조각이 쉽사리 전 세계로 퍼져나가 수억의 눈과 귀에 닿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소셜미디어는 마치 고대 로마의 포럼처럼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되어 주지만, 그 무대에서 실수는 곧바로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볼썽사나운 광경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디지털 카르마’라는 새로운 법칙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카르마 개념은 행동이나 의도가 미래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양 철학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를 디지털 시대에 적용하면,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한 말이나 행동이 미래에 어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말을 잘못하면 그 즉시 사이버 공간의 무수한 눈길이 당신을 향하고, 어느새 당신의 실수는 미래의 당신에게 디지털 카르마가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한 사람이 어떤 일의 전후 사정과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아보지도 않고 소셜미디어에 말과 글을 게시합니다. 그 말은 곧바로 거침없이 온라인 공간에서 곳곳으로 퍼지고 그가 내뱉은 말이 마치 사실인 양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이런 가벼운 말과 글들의 특징은 금방 거짓이라고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끝은 늘 그렇듯, 사과문 한 조각과 함께 끝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입지는 낮아질 것입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을 테니까요.
이러한 온라인의 역동성은 우리에게 말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말이 본인 혹은 타인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신중하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결국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현재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매 순간 말과 글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살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X는 사적 공간이니까 내 맘대로 하겠다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그리고 권리에는 의무가 따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그 한 줄을 어떻게 남길지, 이제 그것이 우리의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영희 디지털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