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28호
2025년 3월 31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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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물의 봄
최근 이래저래 우리 속을 새카맣게 만드는 일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경북산불을 보며 가장 마음 졸였습니다. 그러나 이기적이게도 강원도까지 불이 번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며칠간 수시로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바람의 방향을 살피기도 했습니다. 집착적으로 말이죠.
강원도민들 특히 영동지역 사람들은 산불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2000년 4월 7일∼ 15일 9일간 고성, 동해, 강릉, 삼척, 경북 울진 등 동해안 지역을 따라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아직도 제 기억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먼산의 연기에 며칠 내내 마당 수도를 틀어 하루종일 집주변에 물을 뿌리다가 또 연기를 보며 한숨쉬던 아빠가 떠오릅니다. 이 때 산불은 7명의 인명피해와 함께 850여명의 이재민을 남겼고, 송이 생산지역 산림 3917ha가 소실되면서 송이꾼 우리 고모부를 비롯한 주민들의 생계도 앗아갔습니다.
2005년에 발생한 양양산불은 소중한 낙산사를 전소시켰고, 2022년 3월 또 강릉·동해·삼척과 경북 울진에서 동시다발로 번진 대형산불은 저희 엄마의 피난가방을 만들게 했습니다. 중요할 것도 없는 귀중품과 없어서는 안될 약, 속옷 등 언제든 대피할 수 있도록 싼 가방을 몇날며칠 풀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언제 바람이 방향을 바꾸고 언제 산불이 날아들지 몰라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다고 했습니다.
봄은 원래 따뜻하고 피어나는 생명을 충분히 만끽해야 하는 계절이어야 하는데 어째 우리의 봄은 매년 걱정만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큰 바람이 불지 않던 동네에 돌풍이 불고 철마다 비가 내려야 하는데 오지않는. 결국 큰 산불을 걱정해야 하는 덜 반가운 계절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이상하게 싱숭생숭합니다.
최근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자연을 불태우고, 사람들의 삶을 그을렸습니다. 산천은 잿더미가 되었고, 검은 연기는 봄의 파란하늘을 가렸습니다. 강풍을 타고 번지는 불길은 소방대원들과 주민들의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순식간에 마을을 집어삼켰습니다. 대피하는 노인들의 눈물, 무너진 삶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절망은 단순한 재난을 넘어 이 시대의 아픔을 보여주는 상징인 것만 같아 더 울컥합니다.
몇년 전 산불이 할퀴고 간 강릉 옥계는 여전히 민둥산입니다. 산등성이를 푸르게 덮어주려 듬성듬성 새로 심어진 나무들이 버거워보입니다. 봄은 다시 찾아오겠지만, 이처럼 더디게 올 것입니다. 천천히 다가올 봄이 진정 아름답기 위해서는 우리가 조심하고 변해야 합니다. 불씨 하나가 산을 삼킬 수 있듯, 작은 실천 하나가 우리 일상을 지킬 수 있습니다. 올해 검은 눈물을 잊지 말고 자연 앞에, 계절 앞에 겸허해져야겠습니다. <김영희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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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민통선 최대 3.5㎞ 북상…접경지 재산권 숨통
강원특별법 개정 이후, 첫 군사규제 해소로 도내 접경지역인 철원군과 화천군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대거 완화됩니다. 축구장 1808개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철원과 화천의 민간인통제선 일부가 최대 3.5㎞ 북상하게 되는 등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대거 완화됨에 따라 도내 접경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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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원 소득격차 604만원
최근 10여년간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비수도권과의 지역갈등 인식 수준은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수도권-비수도권간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져 지역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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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비자 수도권 러시
강원도의 소비자들이 지역의 열악한 인프라와 문화생활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강원지역 거주자의 역내 및 역외 소비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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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 ‘상찬’한 계절
춘천 출신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을 기리는 88주기 추모제가 29일 오전 10시 그의 고향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 김유정기념사업회와 춘천문화재단이 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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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산불 주원인은?
경북과 영남지역을 덮친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부주의에 따른 실화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부주의로 인한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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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삼킨 천년고찰 고운사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경북 산불. 문화재들 역시 거센 화마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경북 의성의 천년고찰인 고운사가 소실됐고, 비지정 문화재 운람사는 전소됐습니다. 국가 민속문화유산인 청송 송소 고택과 서벽 고택 일부가 불탔고 사남 고택은 잿더미가 됐습니다. 강원도민TV가 이번 산불로 소실된 천년고찰 고운사와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의 현장을 전합니다. 촬영/편집 최보권·이성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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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苦盡甘來)’ 일깨우는 요술의 산
3월의 산은 황량합니다. 가장 볼품없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겨울은 골짜기 구석으로 밀려나 잔설과 함께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고, 봄은 아직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때를 가늠하는 품새입니다. 우수(雨水)·경칩(驚蟄) 절기를 모두 지나 사람들 사는 평지에는 이미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깊은 산 계곡과 높은 산등성이는 겨울도, 봄도 아닌 것이 이방인처럼 제 위치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합니다.
‘꽃 피는 춘삼월’도 아직은 이릅니다. 춘삼월은 음력 3월을 뜻하는 것이니, 양력으로는 달을 넘길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연극으로 치면 일종의 ‘막간’입니다. 한바탕 떠들썩했던 무대를 접고, 다음 재미를 준비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계절로 치면 ‘사잇계절’. 겨울 순백의 유혹이 막을 내리고, 새봄 꽃 잔치를 준비하는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듯하면서도, 치열하게 자리다툼을 하기 때문일까요. 막간에 자리 잡고 있는 3월의 산이 더욱 처량해 보입니다. 아무것도 보여 줄 것이 없어 마치 무대 앞으로 검은 휘장을 친 듯 흐릿하고 심심합니다.
그런데 산에서 꼭 무언가를 얻어 갈 요량으로 조급하게 굴지만 않는다면, 그 막간은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얼어붙었던 계곡에, 산비탈에 온기가 돌기 무섭게 잠자던 생명이 땅을 박차고 솟아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나뭇등걸에까지 마구 싹을 틔우니, 이런 요술을 또 어디서 구경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요술에는 질서가 있습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조화를 압니다. 저 잘났다고 제멋대로 싹 틔우고, 꽃 피울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생강나무 차례”, “얼레지 뭐 하고 있어”, “진달래, 나갈 준비해”하는 식으로 모든 야생화초와 꽃나무들이 제 차례를 알고 기다리면서 준비합니다.
그래서 주마간산 격의 ‘구경’보다는 바위틈, 나뭇가지 끝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요모조모 살피는 ‘관찰’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미시적 접근을 해야 새봄이 고산 꼭대기에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간절한 막간의 기다림과 치열한 몸부림이 있었는지 실감 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고진(苦盡) 뒤의 감래(甘來)가 훨씬 벅차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3월의 산이 한없이 볼품없는 인내를 감내했기에 4월의 산수화가 더욱 황홀해지는 것입니다.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키는 반전의 연출 기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봄을 맞으러 나선 산은 기다림에 지친 연인처럼 해쓱한 얼굴을 하고 있되, 그 뒤의 만남은 비견할 데 없을 정도로 황홀합니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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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몸풍경’ 펼쳐집니다
춘천을 대표하는 국제 공연예술축제인 춘천마임축제의 올해 주제가 ‘몸풍경’으로 정해졌습니다. 주제에 맞춘 메인 포스터 공개와 함께 온·오프라인 홍보 등 축제 준비도 본격화됩니다. 또 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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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석탄산업의 역사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역사를 희귀 문헌을 통해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이 호응 속에 내달까지 진행됩니다. 영월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센터와 아리랑아카이브 공동 주관으로 지난 해 11월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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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슬포슬 봄날의 흙길 김유정의 소설을 걷다
춘천 실레이야기길은 춘천 시내에서 차로 20분이면 당도할 수 있는 흙길입니다. 3월의 실레마을에는 노란 동백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묘사된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가 곳곳에 퍼지고 있었습니다. 실레이야기길의 매력은 ‘흙길’에 있습니다. 김유정문학촌에서 10여분이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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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련의 주인공처럼 살아나는 목련꽃차
시인 권도중은 순백의 목련을 ‘때 묻지 않아 안타까운/가난하여 절대적인 색깔’로,꽃 지는 속도가 하도 빨라 ‘어느새 지고 있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찬비가 내리는 날 ‘하이얀 조각으로 쌓여’ 애달팠던 시인은 헌사도 잊지 않았습니다.꽃비로 생을 마치는 목련을 연인에게 바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 치켜세웠지요.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요.정권식 시인은 ‘봄에 지는 꽃보다는/차라리 하늘을 나는/새가 되지 그랬냐’고 따지듯 묻습니다.‘떨어지는 것은/꽃잎이 아니라/한장 한장 뜯기는 세월’이라면서….
지기 위해 피는 꽃이 어디 있을까마는 어느 날 갑자기 후두둑 저버리는 목련!4월에 피던 꽃이 이젠 제 성질을 못 이겨 3월말이면 무너져 내립니다.박목월 시인은 목련이 피는 4월을 ‘빛나는 꿈의 계절’,‘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이라고 했지만 4월의 목련은 피는 꽃이 아니라 ‘지는 꽃’으로 기억됩니다.그만큼 온난화가 거침없습니다.식물의 개화시기마저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니 사람들의 감성과 느낌도 예전 같지 않지요.감응의 폭과 깊이 또한 좁고 짧습니다.나들이마저 자유롭지 않으니 지는 꽃을 보기가 참 고통스럽습니다.
지는 꽃이 어디 목련뿐이겠습니까.세월에 순응하며 다시 ‘빛나는 꿈의 계절’을 예비해야 합니다.그런 점에서 목련꽃차는 비련의 주인공을 다시 살리는 마법을 보여줍니다.피지 않은 꽃봉오리 상태의 목련을 정성껏 말려 차로 우려내면 지기 전의 자태와 효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지요.약성은 어떨까요.알칼로이드를 비롯해 항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돼 혈액순환과 혈류 개선,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줍니다.체내의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배출시켜 혈전을 방지할 수도 있지요.민간에서는 비염과 축농증 치료제로 널리 활용됐습니다.
한의학에선 목련을 신이화(辛夷花)로 부르는데 본초서인 ‘본경소증’에서는 “조금만 피곤하거나 무리를 해도 바로 코가 막히면서 콧물이 나오고 얼굴이 붓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습니다.맵고 따뜻한 성질,청량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 호흡기 질환에 좋다는 이야깁니다.3월이 속절없이 지나갑니다.‘고귀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목련이 귀한 대접을 받기가 쉽지 않은 세월이지만 긴 겨울을 버틴 힘으로 푸른 하늘에 조금의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기를,그리하여 빛나는 날갯짓으로 새로운 꿈을 건져 올리길 바라봅니다. <강병로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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