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31호
2025년 4월 21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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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선물
어제는 부활절이었습니다. 부활절이면 많은 교회가 ‘부활절 달걀’을 서로 주고받으며 예수 부활의 기쁨을 나눕니다. 왜 달걀이 부활절의 상징이 됐을까요.
부활절의 영어식 표현인 이스터(Easter)가 봄의 여신인 에오스트레(Eostre)에서 온 것인데, 유럽에서 달걀을 주며 이 여신을 기리던 풍습이 기독교와 만나 오늘날까지 굳어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 십자군 전쟁 당시 징병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가 자신을 보살펴준 마을 사람들에게, 색을 칠한 달걀을 선물한 데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고요.
이밖에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진 달걀장수 시몬이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뒤 집으로 돌아가 보니 달걀들이 모두 무지갯빛으로 변해 있어서 이후 자연스레 이것이 부활절의 상징이 된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품은 딱딱한 껍질이 깨지고 새 삶이 시작되듯, 부활절 달걀은 새로움, 회복, 그리고 희망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뜻깊은 달걀이 어느 날 축구 경기장에서 특별한 의미로 등장하게 될 줄은 많은 분들이 상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노르웨이 남서부의 조용한 도시 브뤼네. 이곳을 연고로 하는 축구 클럽 브뤼네 FK는 최근 이상하고도 특별한 일을 했습니다. 지난달 말, 브뤼네 FK는 1부 리그 복귀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 출신 골키퍼 얀 드 보어 선수가 후반전에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치자,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습니다. (위 사진. 브뤼네 FK 홈페이지 캡처)
이때 그에게 주어진 선물은 일반적인 트로피나 샴페인이 아니었습니다. 클럽은 그에게 ‘계란 4판’을 선물했습니다. 어색하고 이상한 듯하지만 이 선물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브뤼네 지역은 전통적으로 농업이 발달한 곳으로, 육류와 유제품 생산이 활발한 도시라고 합니다. 팬들 가운데 농부가 많으며, 경기장에서는 “우리는 농부고 자랑스럽다”는 구호가 울려 퍼집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트랙터 위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VIP좌석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정체성 속에서 브뤼네 FK가 준비한 ‘계란 선물’은 공동체의 자부심과 선수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를 함께 담고 있는 소중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에서 보여준 헌신과 노력에 대해, 지역의 삶이 녹아있는 방식으로 보답한 것입니다.
팀의 일원으로 함께 뛰어준 선수에게 “당신의 노력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따뜻한 인사를 전한 셈입니다. 그 안에는 화려함보다 진정성이, 가격보다 마음이 먼저인 철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때때로 성공을 너무 큰 숫자나 화려한 보상으로만 평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크기보다 마음이 담긴 작고 진실한 표현이 아닐까요? 브뤼네의 달걀은 그런 점에서 매우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브뤼네라는 공동체가 지켜온 삶의 방식이며, ‘우리답게’ 살아가는 법을 스포츠를 통해 보여주는 아름다운 실천입니다. 계란이라는 친숙한 선물 속에서 되새기는 진심, 그 마음이야말로 가장 따뜻하고 오래 기억될 선물이 아닐까요.<김영희 디지털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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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른, 일생을 ‘내어주는 삶’ 귀감
올해로 104세를 맞은 김창묵 동창만세운동기념사업회장이 개인 자산인 수십억원에 달하는 홍천 척야산문화수목원을 홍천군에 공익 기증하는 행사가 지난 15일 서석면 행치령도 일원에서 열렸습니다. 김 회장은 이날 기증을 기념하며 동창마을에 발전기금 1000만원을 추가로 기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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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등장한 ‘AI 간호사’
강원대학교병원이 국내 최초로 암 환자 간호를 위한 인공지능(AI) 보조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환자들에게 효율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성과 여부가 주목됩니다. 강원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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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어장 대문어래요”
“저도어장만 열리기를 석 달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대문어를 올리는 순간, 이제야 살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마저 핑 도네요. 이게 바로 고성산 피문어래요.”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금어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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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향 따라 피어난 나눔의 꿈
어릴 때부터 농사가 짓고 싶었습니다. 집에서 농사를 짓는 것도, 땅이 있는 것도,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농사를 지으면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강조한 ‘나누는 삶’을 살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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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폐렴 치료에 180만원"
A씨는 최근 반려견을 데리고 영동권의 한 동물병원을 찾아 폐렴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5일간의 반려견 입원 치료를 마치고 A씨가 받아든 금액은 180만원. A씨는 “영수증을 보고서야 진료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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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묵 회장, 백년을 넘긴 고향 헌신
올해로 104세를 맞은 김창묵 동창만세운동기념사업회장이 개인 자산인 수십억원에 달하는 홍천 척야산문화수목원을 홍천군에 공익 기증하는 행사가 15일 서석면 행치령도 일원에서 열렸습니다. 김 회장은 이날 기증을 기념하며 동창마을에 발전기금 1000만원을 추가로 기탁했습니다. 촬영·편집/박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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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산행의 난처함
언젠가 TV를 보다 보니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유명 프로그램에서 ‘자연인’으로 소개되는 남자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면서 촬영 팀에게 “‘산 신세’를 지러 간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선(禪)답 같지만, 산을 대하는 남자의 내공이 확 풍깁니다. TV를 보는 내가 탁하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현답입니다. 그렇습니다. 산으로 드는 순간부터 우리는 모두 자연스럽게 산에 신세를 지거나 빚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솔바람 맑은 공기에 생동하는 신록, 화사한 단풍, 눈부신 설경으로 철 따라 얼굴을 달리하며 호사를 선물하지만, 난 산을 위해 해준 것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용서를 구해야 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의도치 않게 음식물이나 휴지를 흘리거나, 급한 마음에 배설물을 남기는 등등, 훼손이나 오염 행위를 하는 때가 훨씬 많습니다.
가장 난처한 일은 주로 새봄에 발생합니다. 봄은 산이 가장 선명하게 용틀임 하는 계절입니다. 엄혹한 겨울을 이겨낸 생명들이 치열하게 싹을 틔우고, 기지개를 켜면서 활동을 재개하니 거대한 산 전체가 생명의 경외감으로 넘칩니다. 그런 때 울퉁불퉁 거친 산길을 걷다 보면, 불가피하게 새순을 건드려야 할 때가 생깁니다. 이제 막 고개를 내밀고 세상을 향해 인사를 하는 새순이 떨어지거나 가지 째 부러져 나가는 상황은 참으로 미안한 일입니다.
앙증맞은 새순이 ‘툭’하고 떨어져 나갔을 때의 당혹감이란…. 이미 꺾인 새순을 다시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술을 해 되살릴 수도 없으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어느 날에는 등산로 옆 길섶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잠시 요기를 한 뒤 일어서려는데 이제 막 피어난 야생화 꽃망울이 엉덩이에 짓눌려 버린 민망하고도 죄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새봄에 아예 산을 등지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늘 산을 벗 삼아야 하는 등산객의 입장에서 새봄은 아침 기지개처럼 기다려지는 한편 산행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한층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이 있습니다. 세찬 비바람에, 눈보라에, 이따금 등산객들의 발길에 시달리면서도 깊은 산 야생의 새순과 꽃은 강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꺾이고, 밟히면서도 이듬해 봄이면 등산로 안쪽으로 어김없이, 거침없이 새순이 또 고개를 들이밉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설 줄 아는 야생 화초의 지혜가 온실 속 화초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존 능력으로 발현되는 것입니다. 봄 산행에서 맞닥뜨리는 난처한 마음이 다소라도 위안을 받는 것도 자연은 그렇게 제 스스로 더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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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 위로를 아로새기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11주기입니다. 여전히 그날의 아픔은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날 바다에 남겨진 이름들을 기억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
‘8일동안 도깨비 소환’
춘천마임축제는 오는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8일간 춘천 곳곳에서 열릴 축제의 세부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 명실상부 축제의 대표 콘텐츠들과 새롭게 선보일 프로그램 등 다채롭게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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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심우송’·박수근 ‘목련’ 경매 나온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정신을 일깨운 만해 한용운(1879~1944)의 10폭 병풍 ‘심우송’이 경매에 나옵니다.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한용운의 ‘심우송’·박수근의 ‘목련’ 등을 포함해 총 132건을 경매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용운 선생의 독립 정신이 강렬하게 담긴 심우송 10폭 병풍은 칠언절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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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儒子)가 창건한 절집이 있습니다. 설악산(雪嶽山) 영시암(永矢庵)입니다. 숭유억불(崇儒抑佛)이 국시(國是)였던 조선 518년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사건입니다.
인제 백담사에서 물길을 거슬러 오세암과 봉정암으로 오르다 쉼터처럼 만나는 암자가 영시암입니다.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1653~1722년) 선생이 창건주입니다.
병자호란 당시 주전파였던 김상헌(金尙憲)의 증손자입니다. 1689년 기사환국(己巳換局)으로 사사(賜死)된 김수항(金壽恒·1629~1689년)의 아들입니다. 1721~1722년 신임옥사(辛壬獄事)로 역시 사사된 노론(老論) 사대신(四大臣) 중 한 명인 김창집(金昌集·1648~1722년)의 동생입니다.
그는 벼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버지 명으로 진사시에 합격한 뒤 과거장에 발을 끊었습니다. 백악산(白岳山) 기슭에 낙송루(洛誦樓)를 짓고 글을 읽으며 산수를 즐겼습니다. 1681년 천거로 장악원 주부(掌樂院 主簿)에 임명됐지만 나가지 않았습니다.
환국으로 아버지가 사사되자 은거했습니다. 장자(莊子)와 사기(史記)를 즐겨 읽고 시도(詩道)에 힘썼습니다. 친상(親喪)을 당한 뒤에는 육식을 끊고 불전(佛典)을 탐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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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년 설악산으로 들어갔습니다. 백담사에서 지내다 조원봉 남쪽에 벽운정사(碧雲精舍)를 지었습니다. 이 건물이 불에 사라지자 서쪽으로 더 깊숙한 곳에 정사를 다시 짓고 머물렀습니다.
‘삼연김선생영시암유허지비(三淵金先生永矢庵遺墟之碑)’에 따르면 “기축(1709년)년 10월 다시 절에 돌아왔다가 동쪽 조원봉 아래 북쪽에 판잣집 8칸을 짓고 영시암이라고 했다”고 전합니다.
‘괴로운 내 삶 즐거운 일 없어(吾生苦無樂)/세상에 온갖 일 내 뜻 같지 않네(於世百不甚)/늙은 몸 설악산에 맡기고(投老雪山中)/여기에 영시암을 지었다네(成是永矢庵)’
절집을 지은 삼연의 마음입니다.
화살이 활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듯이 다시는 집으로, 다시는 세상 속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세상만사 내 마음과 같지 않죠. 그를 돕던 찬모가 호랑이에 물려 죽자 산을 나와 화천 곡운(谷雲)으로 떠났습니다. 그뒤 절집은 40여 년 동안 폐허로 버려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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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고 여름이 오듯 세월은 흘러 절집은 새로운 인연을 만납니다. 설정선사(雪淨禪師)가 영조 27년(1751년) 영시암을 중건합니다. 유교와 불교, 불자와 유자가 손을 잡았습니다.
‘삼연(三淵)을 아는 이는 설정(雪淨)만한 이가 없고, 설정을 아는 이는 삼연만한 이가 없다. 그 이유는 위에서는 유자(儒子)이면서 불우(佛宇)를 창건했고 아래에서는 불자(佛子)이면서 유종(儒種)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두 분의 이름은 천 년 후 까지도 전해져서 전후(前後)가 상응(相應)하고 원근(遠近)이 상조(相照)하는 것이니 유(儒)와 석(釋)을 막론하고 각각 실(實)을 구(求)할 따름이 아니겠는가?’
호산무진(壺山無盡)이라는 분이 쓴 ‘영시암기(永矢庵記)’에 나오는 글입니다.
김창흡 선생은 1722년(경종 2년) 영조가 세제(世弟)로 책봉되자 세제시강원(世弟侍講院)에 임명됐으나 역시 나가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유배지에서 큰형 창집이 사약을 받자 그도 지병이 악화돼 부평초(浮萍草)처럼 떠돌던 70년 생을 마쳤습니다.
유교와 불교, 불자와 유자가 불화했던 조선에서, 노론과 소론간 유혈이 낭자했던 붕당의 나라에서 영시암은 공존(共存)과 상생(相生)의 표상입니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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