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60호
2025년 11월 10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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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지면 찾게 되는 주전부리가 있습니다. 바삭바삭한 껍질 속 달콤한 팥... 호호 불어가며 꼬리부터 먹을까 머리부터 먹을까 고민하게 되는... 네, 요즘은 잡기 아니 찾기 어려운 붕어빵입니다.
그런데 요즘 차가운 바람보다 더 차가운 소식이 또 들려옵니다.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길모퉁이마다 나와 있던 붕어빵 노점상들이 단속 대상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인도 점거, 위생 문제, 신고 미비 등 행정 논리로 보면 틀린 말 하나 없죠. 하지만 붕어빵을 사려고 줄을 서 본 사람이라면 아실 겁니다. 그건 단순한 ‘불법 노점’이 아니라, 하루의 피로를 녹이는 ‘작은 난로’라는 것을요.
물론 법은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법의 본질은 사람을 위한 것 아닌가요. ‘정의’라는 단어가 ‘정’을 잃으면, 그건 결국 ‘형식’에 불과합니다. 그럼 우리 사회는 얼음처럼 굳어버릴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단속보다 더 시급한 건, 이들이 합법적으로 설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 아닐까요. 작은 포장마차형 시장, 공공 노점 허가제, 이동식 위생 검사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마음일 테죠. 단속의 목적이 질서가 아니라 온기를 지키는 데 있다면, 세상은 훨씬 따뜻해질 것입니다.
인도에 조금 삐져나온 붕어빵마차 하나가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면, 그건 도시의 그릇이 너무 작은 탓 아닐까요. 길 위의 삶은 늘 불완전하고, 그래서 더 인간적일 때가 많습니다. 붕어빵 장수의 불빛은 밤거리를 덮는 가로등보다 따뜻합니다. 그 불빛 앞에서 아이는 손난로 대신 붕어빵을 쥐고, 직장인은 잠시 세상의 각진 얼굴을 내려놓습니다. 그 작은 틀 안에서 구워지는 건 단순한 밀가루 반죽과 팥소가 아니라 따뜻하고 달콤한 ‘위로’입니다.
겨울의 진짜 주인공은 눈송이가 아니라 붕어빵 장수가 아닐까요. 차디찬 바람 속에서도 불을 지피는 그 마음이, 세상을 데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고의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붕어빵 하나 사서 손난로처럼 쥐어보세요. 그 순간 세상을 바꾸는 건 법령이 아니라, 따뜻한 팥소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은 팥붕파인가요, 슈붕파인가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그저, 붕어빵의 온기가 더 그리운 계절이니까요. <김영희 디지털콘텐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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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정 진료비 1조원 육박 ‘1인 평균 229만원’
고성에 거주하는 신주희(27) 씨는 지난 3월 임신 이후 8개월 째 매달 1~2회 서울 지역 산부인과를 다녔습니다. 고성 지역에는 정기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어서입니다. 신 씨는 출산이 임박한 최근엔 서울 가족집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는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하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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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김장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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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1월 1일 강릉과 부산을 연결하는 동해선 ITX-마음 개통을 맞아, 울산과 경북을 대표하는 각 언론사와 함께 ‘철도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과 동해선 철도 여행을 경험하고 동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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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1시간, 체감은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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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맛집 전국 상위권
‘미식의 시대’, 식도락이 주요 여행목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강원도내 맛집이 전국 상위권에 대거 포진, 국내 대표 관광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특히 속초·강릉 등 동해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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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년 ‘강원특별청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강원도민일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특집 시리즈 ‘강원특별청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마지막 편에서 강원의 내일을 이끌어갈 청소년 다섯 명을 만났습니다. 산업화의 기억과 희망이 공존하는 교육 현장에서, 정답보다 과정을 배우며 성장하는 조병선·김수연·김민준(한국항공고 2년), 채은우·한경은(강원과학고 3년) 학생은 저마다의 꿈을 향해 비상하고 있었습니다. 그 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기획: 박상동 / 촬영/편집: 최보권, 이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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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열매 속 새콤한 매력 '산사'
늦가을, 길 떠난 나그네의 발걸음이 묵직합니다. 찬바람, 된서리를 이겨내고 묵묵히 목적지를 향합니다. 온갖 시련을 견디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뭇 식물의 삶을 닮았습니다. 그렇지요.가을엔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일에 때가 있듯 자연의 가르침이 우선입니다. 요즘 법(法)을 밥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참 시끄럽습니다. 세상 이치를 물(水) 흐르듯(去) 따라야 할 그들이 해괴한 논리로 민초들을 우롱합니다. 급기야 서열 싸움마저 벌어졌습니다. 구성원으로부터 ‘조폭 같다’는 비판을 받는 조직이라니. 참 딱합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욕심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배부른 돼지는 끊임없이 먹이를 찾고, 위정자는 더 많은 권력과 부를 탐합니다. 그 끝은? 이른 죽음과 화(禍)! 그러나 이 경고는 무시되기 일쑤이지요. 아무리 일깨워도 욕심과 탐욕은 잘 다스려지지 않습니다. 가을과 함께 익어가는 ‘산사’를 닮으면 좋으련만. 봄에 흰 꽃을 피워 가을에 붉은 열매를 맺는 산사는 아가위 또는 산리홍(山里紅), 북산사(北山査), 적과자(赤瓜子), 산조홍(山棗紅) 등 10여 가지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만큼 널리 알려지고 쓰임이 많다는 방증이겠지요.
카테킨과 안토시아닌 등 폴리페놀류와 비타민류, 미네랄류가 풍부한 산사 열매는 추석 전후(9~10월)로 빨갛게 익습니다. 새콤한 맛과 산미도가 높아 차와 주스, 술과 잘 어울리지요. 특히 음료로 마실 때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음식을 먹고 체했거나 복통, 구토, 위산과다,만성장염을 치료하는데도 널리 쓰였지요. 한방에서는 ‘혈의 흐름을 돕고 어혈을 없애준다’ 하여 혈액순환을 개선하거나 강심제, 혈압강하제로 사용했습니다.
물(水) 흐르듯(去) 세상 일이 순리대로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생각이 다르고 목적이 달라도 물(水) 흐르는(去) 이치 즉, ‘法’의 본뜻만 제대로 새긴다면 민심을 얻는데 무리가 없을 텐데 말이죠. 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산사’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피를 맑게 해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한다면 삶은 그 만큼 더 건강해질겁니다. 나라 안팎에서 핏대 올리시는 분들, 열 내지 말고 산사酒 한잔! <강병로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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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한 켤레에 담긴 역사의 무게
[김진형의 책·읽·기] 대부분의 작가는 새로 발표하는 작품이 자신의 대표작이 되길 바랍니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면 작가에게는 꼭 써야만 하는 숙명 같은 글이 있습니다. 작가 이순원은... |
놀이와 예술, 경계를 허물다
지난 10월 12일 일요일, 춘천 KT&G 상상마당 야외공연장 일대, 춘천 시민들이 불태우는 놀이를 향한 정신력은 대단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그곳은 공연장이라기보다 작은 마을 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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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품은 눈사람 이야기, 춘천서 음악으로 흐른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둔 11월 25일 합창음악극으로 펼쳐지는 ‘제6회 호반음악제-마지막 눈사람’이 오후 7시 30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립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춘천 출신 최승호 시인의 시 ‘눈사람 자살사건’을 모티프로 최우정 작곡가가 곡을 붙인 ‘마지막 눈사람’을 선보입니다. 공연은 춘천시립합창단과 오케스트라 DK플레이어즈가 맡았으며 최영준 배우와 최상윤 춘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출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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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년 6월 7일, 영원한 라이벌 잉글랜드와 프랑스 왕이 마주 앉았습니다.
헨리 8세(1491~1547년)와 프랑수아 1세(1494~1547년)입니다. 헨리는 ‘영국 역사상 가장 혐오스러운 악당’으로 평가되는 인간입니다. 프랑수아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프랑스의 첫 르네상스형(型) 군주로 통합니다.
역사가들은 이 만남을 황금천 들판(Field of the Cloth of Gold) 회담으로 부릅니다. 회담장은 오늘날 프랑스 땅이지만 당시는 도버 해협 건너 잉글랜드령인 칼레 남쪽 평원이었습니다.
‘허세왕’ 헨리 8세는 캐서린(1485~1536년) 왕비를 포함한 5700여 명의 수행원과 3000여 마리의 말을 배에 싣고 거친 바다를 건넜습니다. 그는 말을 치장하는데 56㎏의 금을 쏟아 부었습니다. 1년 예산이 11만 파운드였던 잉글랜드는 이 회담을 위해 한 해 예산의 45%인 5만 파운드를 퍼부었습니다.
당시 유럽 정세는 이탈리아 도시 국가간 전쟁을 둘러싸고 잉글랜드, 프랑스, 신성로마제국이 복잡한 외교와 전쟁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1519년 카를 5세(1500~1558년)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선출됐습니다. 세 나라가 모두 비슷한 연배의 젊은 군주들로 채워지자 외교관계를 새로 정립할 필요가 대두됐습니다.
1년 전 잉글랜드 총리이자 또 ‘다른 왕’(alter rex)으로 통했던 토머스 울지(1475~1530년) 추기경의 제안으로 세 나라는 상호불가침을 약속했습니다. 황금천 들판 회담은 이를 재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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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에 달하는 평원에 새 도시가 들어섰습니다. 회담장을 가운데 두고 같은 거리에 양국의 베이스 캠프가 마련됐습니다. 헨리 8세는 잉글랜드 땅인 칼레 남서쪽 긴느(Guines)에, 프랑수아 1세는 프랑스 영토인 칼레 남동쪽 아흐드흐(Ardres)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헨리 8세는 일회성 회담을 위한 가건물을 궁전처럼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크기는 한쪽 면이 100m에 달했습니다. 기둥과 벽을 지지하기 위해 2m 높이의 기단을 다졌습니다. 그 위로 10m 높이의 나무 기둥을 세웠습니다. 벽돌로 세운 벽을 화려한 옷감과 캔버스 천으로 마감했습니다. 주변의 수많은 텐트도 황금천을 비롯한 값비싼 옷감을 아낌없이 써 평원 전체가 금빛으로 출렁였습니다.
회담장 치장을 위해 스테인드글라스 장인이 고용됐습니다. 지붕은 두 나라를 상징하는 색으로 물들인 기름먹인 천을 덮었습니다. 천정에는 커다란 유리 채광창을 뚫어 빛이 한가득 들어왔습니다. 임시 예배당에서는 35명의 사제들이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야외에는 두 개의 분수를 조성했는데 하나는 포도주가 “콸, 콸” 샘솟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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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기간 내내 연회와 각종 경기, 재담과 서커스도 펼쳐졌습니다.
프랑수아 1세는 광대와 익살꾼을 데리고 왔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재주와 만담을 선보이며 양국의 귀빈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저명한 음악가도 초빙돼 춤곡과 행진곡을 지휘했습니다. 유럽 최고의 프랑스 궁정 합창단도 동행해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했습니다.
마상 창시합과 레슬링 경기도 벌어졌습니다. 왕들은 길이 270m, 폭 100m의 경기장에서 마상시합을 했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져주는 상대를 어김없이 물리치곤 했죠. 그래도 은근히 강인함을 과시하고자 했습니다. 헨리 8세가 느닷없이 프랑수아 1세에게 레슬링 시합을 제안했습니다. 세 살이 젊은 26살의 프랑수아 1세가 ‘덩치왕’ 헨리 8세를 쓰러트리며 잉글랜드의 최고 존엄은 땅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훈훈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프랑수아 1세가 혼자 말을 타고 헨리 8세의 막사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헨리가 침대에서 나오기 전 막사에 들어가 “나는 당신의 포로가 됐습니다”라고 속삭였습니다. 헨리는 곧바로 침대를 박차고 나와 프랑수아를 포옹했다고 합니다. 헨리가 옷 입는 걸 도왔다는 이야기, 프랑수아가 잠자리를 덥혀주었다는 미담도 있습니다. 또 헨리가 화려한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선물하자, 프랑수아도 값비싼 팔찌를 선사했다고 전합니다. 황금천 들판 회담과 관련해 전해 오는 글과 이야기가 하도 많아 세상 사람들은 진저리를 쳤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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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렁저렁 18일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세례 요한 축일이었던 6월24일 일요일, 추기경 토머스 울지가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끝으로 회담은 마무리됐습니다. 당시 기록에는 이날 용이 하늘을 날아 올랐다고 전합니다.
황금천 들판 회담은 수많은 스토리와 인상적인 장면들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고 보잘 것이 없었습니다. 불가침을 재확인한 두 나라의 우호관계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이듬해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간 전쟁이 터졌습니다. 그런데 잉글랜드가 손을 내민 상대는 프랑스가 아니라 신성로마제국이었습니다. 사랑도, 우정도 변했던 것입니다.
어제의 약속이나 합의보다 오늘의 국익에 부합하는 나라와 합종연횡하는 외교적 전통이 시작된 것도 이 회담 이후라고 전합니다. 다자 정상회의나 양자 정상회담의 형식과 절차 등 의전도 505년 전 헨리 8세와 프랑수아 1세 회담에서 출발했습니다.
정상간 화려한 만남이 공허한 외교적 인사치레와 실속없는 미사여구로 덧칠한 선언문 한 장으로 끝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일 끝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과연 어땠을까요?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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