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62호
2025년 11월 24일(월) |
|
|
고향집에 가보니 처마 밑에 곶감이 주렁주렁 늘어서 한창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말랑말랑 해질 때쯤 하나를 몰래 빼먹으면, 요즘 말로 ‘도파민’이 스르르 도는 순간이더군요.
감을 깎아 매다는 일은 해마다 비슷하지만, 하늘과 햇볕, 바람은 언제나 같지 않기에 그 풍경은 늘 새롭게 느껴집니다. 초가을의 단단한 감이 찬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쪼그라들다가 어느 순간 주황빛이 조용히 깊어집니다. 바람은 열매의 수분을 천천히 걷어 가고, 대신 더 단단한 속살과 은은한 향을 남깁니다. 멀리서 보면 작아진 것 같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더 충만해진 모습이죠.
요즘처럼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곶감의 풍경은 유독 마음을 붙잡습니다.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며,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아갑니다. 휴대전화 알림은 하루의 호흡을 끊임없이 흔들고, 정리되지 않은 인간관계나 과도한 선택지는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일의 효율을 높이겠다며 새로운 도구를 더해도, 정작 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넘침이 주는 피로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요즘 더 실감합니다.
이때 곶감은 말없이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햇살과 바람에 몸을 맡긴 시간 동안 감은 스스로 필요 없는 것들을 비워냅니다. 수분도, 부패의 위험도, 겉껍질의 거칠음도 서서히 덜어냅니다. 이 과정은 결코 빠르지 않습니다. 급하게 만들면 맛이 들지 않죠. 바람이 며칠 더 필요하다면 그 며칠을 기꺼이 건너야 합니다. 인내와 여유가 맛의 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삶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잡다한 걱정, 지나친 욕심, 비교에서 오는 불안 같은 것들이 마음의 수분처럼 우리를 무겁게 만듭니다. 하루의 일정에 덕지덕지 붙은 일들을 걷어내고 보면, 정말 소중한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제법 쌀쌀해진 바람에 흔들리는 곶감 줄을 바라보다 보면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삶도 저렇게 조금씩 줄어들며 깊어지는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무엇을 더 채울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를 고민해야 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만의 ‘건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 마음도 곶감처럼 은근한 단맛을 품게 되지 않을까요.
쭈글쭈글 외형이 좀 못나면 어떻습니까. 서두르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필요한 것만 남기며. 그 단순한 방식이 올해 따라 유난히 존경스럽습니다. <김영희 디지털콘텐츠 부장>
|
|
|
선한 영향력 강촌에 가득
달리기를 통한 기부로 화제인 연예인 션 씨와 대한민국 육상의 전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과 함께 뛰는 ‘더 크루 선셋 10㎞ 기부런’ 대회가 지난 22일 오후 춘천 강촌 일원에서 열렸습니다. 대회 출발 전부터 대회장을 찾은 이색 참가자들로 열기를 띄었습니다. 기부런에 앞서 션 씨는 자신이 속한 힙한 그룹인 지누션의 ‘말해줘’, ‘전화번호’ 등을 참가자들과 함께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
|
|
지역언론 '지방시대 실현' 앞장
지역신문과 지역방송, 지역방송과 지역신문이 고유 영역을 초월해 연대와 협력으로 지역언론 가치 제고와 더 큰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지역언론 4대 단체 대표들은 ...
|
작사가 박건호 기리다
‘잃어버린 30년’, ‘빙글빙글’, ‘아! 대한민국’ 등 한국 대중가요의 한 획을 그은 원주 출신 작사가 고(故) 박건호 선생을 기리는 음악회가 19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지역 문화예술...
|
|
|
속초아이 판결 주목
속초해수욕장 대관람차인 ‘속초아이(사진)’의 존폐여부를 가를 소송이 선고기일을 취소하고 변론을 한차례 더 재개하는 것으로 결정돼 판결에 변수가 될지 주목됩니다. 쥬간도가 속초시를 ...
|
희운각대피소 중요문화자원 선정
설악산국립공원 옛 희운각대피소(사진)와 태백산 사길령 산령각 등 5곳이 국립공원 중요문화자원으로 선정됐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은 설악산국립공원 옛 희운각대피소와 지리산 천왕봉...
|
|
|
|
달리기를 통한 기부로 화제인 연예인 션 씨와 대한민국 육상의 전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과 함께 뛰는 ‘더 크루 선셋 10㎞ 기부런’ 대회가 지난 22일 오후 춘천 강촌 일원에서 열렸습니다. 촬영/편집: 최보권, 이성찬 |
|
|
내 사랑을 쓰게 만드는 식물 '씀바귀'
시인의 눈에 비친 씀바귀는? 김인자 시인은 ‘내 사랑을 쓰게 만드는 식물’로, 문병란 시인은 ‘맹물로 피를 만드는 모진 분노’로 묘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시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씀바귀는 강한 쓴맛으로 기억됩니다. 특히 문병란 시인은 그의 시 ‘씀바귀의 노래’에서 “달콤하기가 싫어서/…/온몸에 쓴 내를 지니고/저만치 돌아앉아/앵도라진 눈동자/결코 아양 떨며 웃기가 싫어서/…/뿌리에서 머리끝까지 온통 쓴 내음/어느 흉년 가난한 사람의 창자 속에 들어가/맹물로 피를 만드는/모진 분노가 되었네”라고 노래합니다. 쓴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달콤하기가 싫어서’ 쓴 내를 품었다는 씀바귀! 이 식물이 계절의 향기를 더 짙게 여밉니다.
잎과 줄기를 자르면 흰 즙이 나오는 씀바귀는 고채(苦菜), 황과채(黃瓜菜), 쓴나물, 싸랑부리, 씸배나물, 쓴귀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입맛을 돋우는 대표적인 봄나물로 꼽힙니다. 특유의 쓴맛과 풍미로 ‘이른 봄 씀바귀를 먹으면 그해 여름을 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뿌리를 캐 나물로 무쳐 먹는데 쓴맛이 강해 찬물에 오랫동안 우려낸 뒤 조리하면 좋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침 나물 외에 튀김과 지짐이 등 별미로 챙겨 먹는데 초봄에 돋는 어린잎도 같은 방법으로 식탁에 올립니다.
약재로 쓸 때는 뿌리와 잎을 말려서 1회에 2∼4g씩 물에 달여 마시며 상처가 났을 때는 생즙을 짓찧어 바릅니다. 한방에서는 소화불량, 폐렴, 간염, 타박상, 종기 등에 주로 처방하는데 섬유질과 칼륨, 칼슘, 비타민C, 당질이 풍부해 민들레와 함께 위를 튼튼하게 하는 식물로 꼽힙니다. 또 소화 기능을 돕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면역력을 키워 질병에 대한 치유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쓴맛을 내는 이눌린은 항암 및 당뇨 치료에 효과가 있고,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예방해 성인병 치료제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생명력이 강해 ‘민초의 나물’로 자리 잡은 씀바귀는 어디에서나 잘 자라지만 양지바른 언덕이나 모래가 섞인 밭둑에 밀생하며 곧고 길게 뻗은 뿌리일수록 손질하기 좋습니다. 쓴맛이 강해 매실 효소 또는 꿀을 넣어 무치면 별미 중의 별미로 손색이 없습니다. 성인병에 시달리는 인구가 늘면서 음식과 산야초, 명상으로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자연치유 요법이 인기를 끕니다. 주위에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씀바귀가 자연치유 식물로 제격이겠다 싶습니다. 여러해살이니 오래 볼 수 있고. <강병로 전략실장>
|
|
|
감독이 그린 세월의 무게
횡성 출신 김소연 감독이 연출한 ‘로타리의 한철’이 지난 19일 KBS홀에서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 청정원 단편영화상을 수상,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 |
지역문단 가치 재발견
지역 문학은 지역의 시각으로 서사를 만들며 지역성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지역 문학은 지역의 삶의 모습과 지역 사람들의 정신을 반영하며, 중앙 문단의 논리에서 벗어나 지역의 정체성...
|
|
|
낭송과 합창의 하모니 ‘마지막 눈사람’ 봄을 기다리다
최승호 시인의 작품 ‘마지막 눈사람’에서 눈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 지구의 마지막을 홀로 지키는 존재이면서 하얀 모습에서 녹아 사라집니다. 눈사람은 들을 사람도 없이 혼자 중얼거리면서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다 마지막에는 봄을 기다립니다. ‘제6회 호반음악제-마지막 눈사람’이 25일 오후 7시 30분 춘천... |
|
|
“여러분!! 국무부는 공산주의자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공산당원으로 국무부에서 일하며 정책을 만든 자들 205명의 이름이 제 손에 들려 있습니다.”
1950년 2월9일. 미국 위스콘신주 상원 의원 조지프 매카시(1908~1957년)가 웨스트버지니아주 휠링에서 말 폭탄을 던졌다. 후일 매카시즘(McCarthyism)으로 명명된 마녀사냥의 총성이 울린 것이다.
매카시는 재선 출마가 임박해 왔지만 지지 기반이 약했다. 탈세와 윤리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까지 받고 있었다. 당선을 위해 그는 반공(反共)을 이용했다.
1949년 중국 대륙의 공산화와 소련의 원폭실험 성공은 자유진영에 충격이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는 반공주의로 진화하고 있었다. 한 달 전 국무부 관리 엘저 히스가 루즈벨트 행정부에서 소련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그 충격은 더했다. 전시 경제가 끝나며 파업과 노동 쟁의가 빈발했다. 보수진영은 불순분자, 공산주의자들의 책동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조사위원회는 공무원, 군인, 언론인, 지식인, 영화인을 마구잡이식 청문회에 세우고 강압 조사를 벌였다. 광풍이었다. 반공과 안보라는 소리에 모두가 납짝 엎드려 숨을 죽였다. 의혹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로 내몰렸다. 직장을 잃고 사회적으로 매장됐다.
마녀사냥은 지속될 수 없었다. 매카시가 육군에도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하자 진실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TV로 청문회가 생중계되면서 매카시의 고압적이고 무례한 태도가 역풍을 맞았다. 근거 없는 주장은 진실을 마주할 수 없었다. 미 상원은 1954년 12월 매카시에 대해 견책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치적 파문(破門)이었다.
|
|
|
암흑기, 진실의 횃불을 들어올리며 헌법을 지켜낸 시민들이 있다.
‘수정헌법 수호위원회’(Committee for the First Amendment)다. 부당한 정치 압력과 언론 탄압에 맞서 수정헌법 제1조, 언론·출판의 자유를 수호하는데 앞장섰다.
광풍 속에서 할리우드 인사들도 공산주의 동조자로 매도됐다. 배우 헨리 폰다가 위원회 설립을 주도했다. 동료 험프리 보거트,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내트라 등이 진실의 광장에서 매카시즘을 단두대로 처단했다. |
|
|
그리고 80년이 흘러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정헌법 수호위원회’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탄압이 노골화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거세지자 재출범한 것이다. 위원회는 언론탄압 감시 등 표현의 자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헨리 폰다의 딸, 제인 폰다가 위원회 재출범을 주도했다. 배우 메릴 스트립, 나탈리 포트만, 줄리언 무어,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이 참여했다. 550여 할리우드 인사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위원회 재출범은 지난 10월 미 ABC 방송의 지미 키멀 라이브 쇼 중단이 발단이 됐다. 진행자 키멀이 보수우파 청년 암살과 관련해 트럼프를 비판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방송사 프로그램이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뿐이라면 면허를 박탈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21세기 백주 대낮에 버젓이 횡행하고 있다.
“매카시 시대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달리 했던 모든 미국인들이 힘을 합쳐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면서 종말을 고했다. 오늘 다시 그 세력이 돌아왔다. 우리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일어설 차례다.”
아버지 헨리 폰다가 걸었던 길을 다시 찾아 나선 여든 일곱 제인 폰다의 호소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
|
강원도민일보letter@kado.net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후석로462번길 22 ☎ 033-260-9610수신거부 Unsubscribe |
|
|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이메일(letter@kado.net) 회신으로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