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64호
2025년 12월 8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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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벌어진 홈카메라 영상 유출과 쿠팡 개인정보 유출 뉴스는 더 이상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더이상 ‘개인정보’가 아니라 ‘우리의 정보’라고 한지 한참 됐으니깐요.
그런데 묘한 불편함은 남습니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깊숙이 ‘감시의 시대’로 진입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 겁니다.
스마트폰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일상은 이미 방대한 데이터의 흐름 속에 놓여 있으며, 미셸 푸코가 말한 판옵티콘은 더 이상 은유가 아닌 것 같습니다. 감시자가 보이지 않아도 감시받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개인이 스스로 행동을 조정하게 되는 구조가 바로 오늘의 디지털 사회입니다.
홈카메라 해킹 사건은 사적 공간마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감시자의 실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는 렌즈를 가리고, 앱 권한을 다시 확인하며, 집 안에서의 행동까지 조심하게 됩니다. 감시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를 규율하도록 만드는 힘으로 변했다는 점에서 푸코의 통찰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역시 데이터 권력의 비대칭을 보여줍니다. 플랫폼은 방대한 정보를 축적하지만, 사용자는 그 데이터가 어떻게 저장되고 활용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한 번 유출된 정보는 회수도, 삭제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푸코가 말한 “보이지 않는 권력이 인간을 분류하고 관리한다”라는 명제는 구매 기록과 이동 정보, 소비 패턴이 예측 알고리즘의 재료가 된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비춥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일시적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감시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스스로를 검열하기도 합니다. 감시는 외부의 폭력이 아니라 내면화된 규율로 작동하고, 기술은 그 규율을 일상 깊숙이 확장하기도 하죠. 감시의 장치가 늘어남과 동시에 감시받는 개인의 권리도 속박되며, 마치 피해자만 움츠리고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따라갈 수 있는 사회적 보호장치입니다. 기업과 기관이 정보를 어떻게 쓰는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안 책임을 확실히 지게 해야 합니다. 이용자 역시 스스로를 감시해야 한다면 자신의 데이터를 좀 더 손쉽게 직접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판옵티콘의 구조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결국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권리를 요구하고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디지털 사회가 얼마나 민주적으로 운영될지가 달라질 것입니다. <김영희 디지털콘텐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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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스토리 모두 잡아”
영상 콘텐츠로 변신한 환경보호 백서
강원도민일보가 주최한 ‘제 3회 강원랜드와 함께하는 스마트폰 환경영상 공모전’에서 고원기(서울 송파)씨의 ‘우리집 자원순환 실천방법’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차지했습니다. 이 영상은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의 모습을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환경보호 실천 의지를 담아낸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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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쇼크' 지역경제 흔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소비자들의 ‘탈쿠팡’으로 이어지면서 쿠팡을 주요 판로로 삼던 지역 중소상공인들의 매출 타격이 현실화되는 등 불똥이 지역경제에 튀고 있습니다. 4일 본지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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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사건 국가폭력 사과 촉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국가폭력 사건의 공소시효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김민석 국민총리가 ‘공권력에 의한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규정한 1980년 정선 사북사건이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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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기관광지
강원도 관광지가 국내 500대 인기 관광지 명단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렸음에도, 최상위권인 이른바 ‘핫플’ 관광지에는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일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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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로 만난 금동보살입상
국립춘천박물관이 상설전시실 브랜드 ‘강원의 불교미술, 깨달음을 찾는 길’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박물관은 지난 9월 보물로 지정된 삼척 흥전리 절 터 출토 ‘청동정병’을 비롯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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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와 강원랜드가 대한민국 에너지혁명의 영웅인 석탄산업 전사들을 모시고 과거에서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 광부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2016년 첫발을 뗀 '광부의 귀향 프로젝트'.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삼척·태백·영월·정선에서 활동한 광부들을 모시고 떠나는 특별한 여정이였습니다. 온 몸을 던져 가족과 지역을 위해 헌신한 석탄산업 영웅들. 그들의 여정을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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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바나나, 몸의 조화에 도움 '으름'
줄이고 엮어 조합하거나 복제한 신조어와 밈. 그러나 그 뜻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태에 맞게 다시 언어를 익혀야 하는 상황. 두려운 건 매일 쏟아지는 신조어와 밈을 숙지하지 않으면 오늘의 역사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회자된 ‘중꺾마’도 마찬가지. 이 말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최초로 말한 화자의 당시 상황, 분위기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말이 한국어인지 중국어인지 베트남어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배우고 익혀야 ‘중꺾마’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요. 배움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입니다.
말과 글이 사회적 혈관이라면 육신의 조화는 생존 그 자체입니다. 문해력에 문제가 생기면 공동체에서 낙오, 외톨이가 됩니다. 그러나 소화, 혈액 순환이 원활치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지요. 한방에서 기와 혈, 에너지 순환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양의 바나나로 불리는 ‘으름(사진)’을 살펴볼까요. ‘목통(木通)’으로 불리는 이 약재는 순환과 소통을 설명하는데 제격입니다. 동의보감은 “정월과 2월에 줄기를 잘라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쓰는데 12경락을 통하게 한다”고 했고, 본초강목은 “맺힌 것을 풀어서 편안하게 하고 이수(利水)작용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모두 원활한 흐름, ‘통(通)’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순환의 기본은 ‘통(通)’입니다. 막히면 뚫고, 멈추면 흐르게 해야 합니다. 으름은 우리 몸의 각 부위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올레인, 니놀레인, 팔미틴 성분은 혈관 노폐물 배출을 도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동맥경화를 예방합니다. 베타카로틴 성분은 종양세포 성장을 억제합니다, 무엇보다 이뇨 효과가 뛰어나 비뇨기 관련 질환에 이롭습니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5월부터 피는 꽃은 향기가 오래 지속돼 차 재료로 가치가 높습니다. 잎과 줄기 뿌리, 열매 모두 약재로 씁니다.
소통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됩니다. 부모와 자식, 선생과 제자, 직장 선후배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서 소통에 애를 먹습니다. 말과 글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거나 끼리끼리의 언어로 장벽을 쌓은 결과입니다. 옛 선현들은 으름 씨앗을 예지자(預知子)로 칭했습니다. ‘씨앗을 먹으면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하여 ‘예지자’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는데 새로운 언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미래가 궁금합니다. 인공지능 AI와 이야기를 나누는 세상에서 어떤 언어가 등장할지… <강병로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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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행복과 행운
“김혜선 산모님, 검사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산부인과로부터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마치 행운처럼 우리 부부에게 와준 둘째 ‘행운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 싶어 걱정이 앞섰습니다... |
몸짓 언어로 질문한 존재
양양에서 활동하는 단체 브레이크스루가 29일 춘천인형극장에서 기획공연 ‘키네시스’를 열었습니다. 생명체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을 찾아가는 생물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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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함 속 감각적 질서’ 서양 유화로 풀어낸 한반도 민족성
한반도의 토속신앙을 유화에 새긴 작가 최홍원이 남긴 삶의 풍경이 다시 펼쳐집니다. 서양의 화폭 위에 가장 한국적인 색과 형상을 그려온 고(故) 최홍원 화백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앵콜 특별전 ‘삶 그리다, K-성황당’이 오는 13일까지 원주 감영아트센터에서 열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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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후기와 19세기 전기는 혁명의 시대였습니다.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의 시민혁명입니다. 사회 경제적 쓰나미와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s), 구체제의 붕괴가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근대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근대 시민사회의 출발입니다. 그 정신은 1789년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 담겨 있습니다.
‘인간은 권리에 있어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 생존한다. 모든 정치적 결사의 목적은 인간의 자연적이고 소멸될 수 없는 권리를 보전함에 있다. 그 권리는 자유, 재산, 안전 그리고 압제에 대한 저항 등이다. 모든 주권의 원리는 본질적으로 국민에게 있다. 모든 시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사상과 의사의 자유로운 통교(通交)는 인간의 가장 귀중한 권리의 하나다. 모든 시민은 자유로이 발언하고, 기술하고, 인쇄할 수 있다.’
산업혁명은 반동이 없었지만 시민혁명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습니다.
왕정이 무너진 자리에 공화정이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공화정은 쿠데타로 집권한 나폴레옹 황제의 제정에 짓밟혔습니다. 1870년 제 3공화정 출범까지 프랑스 역사는 작용과 반작용의 반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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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이끼가 끼고 먼지가 쌓이며 혁명이라는 단어는 오용되기도 했습니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1942~2011년)의 ‘녹색혁명’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는 한때 ‘혁명의 선구자’로 통했습니다. 1969년 부패한 왕정을 무너뜨리고 권력을 잡았습니다. 그뒤 이슬람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석유자원 국유화와 식민잔재 청산에 힘쓰며 리비아를 재건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전의 왕정보다도 더 혹독한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전횡(專橫)했습니다. 이론을 제기하는 정치인들을 가차없이 숙청해 나갔습니다. 국회와 헌법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42년간 무소불위의 독재가 지속됐습니다.
결과는 비참한 말로(末路)로 귀결됐습니다.
카다피는 2011년 10월20일 고향 마을 하수도관에 숨어있다 시민군이 쏜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시민군이 다가오자 “쏘지마! 쏘지마!”라고 외쳤습니다. 머리, 목, 어깨에 흐르는 피를 닦아 내며 목숨을 구걸했지만 시민군은 “개자식!!”이라고 욕을 하며 신발짝으로 독재자의 얼굴을 후려 갈겼습니다. 추락한 ‘혁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러시아 혁명 유복자인 스탈린의 철권통치,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은 말해 뭐하겠습니까? 혁명은 권력 투쟁으로 변질되며 인민들을 기아와 사형장으로 내몰았습니다. 권력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대중의 집단적 광기는 인간성을 말살하며 역사를 퇴보시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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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라는 단어는 남용되기도 했습니다.
1946년 7월5일.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가 투피스 수영복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원피스 수영복과 달리 상의와 하의가 분리된, 노출이 심한 수영복이었습니다.
파리에서 첫 공개 당시 노출 수위 때문에 모델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바티칸 등 일부 카톨릭 국가에서는 착용금지 조치가 내려질 정도였습니다. ‘비키니 혁명’입니다. 같은 해 미국이 태평양의 비키니 환초(環礁)에서 원폭 실험을 한 것처럼 핵폭탄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혁명은 이제 보통 명사로 보편화됐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혁명과 대면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과 AI(인공지능) 혁명은 그렇다고 해도 주방 혁명, 커피 혁명, 맥주 혁명 , 치킨 혁명, 라면 혁명 그리고 속옷 혁명까지.
혁명이 너무 흔해 이름값을 못하고 우리 스스로 둔감해졌습니다. 값싸게 소비하고 폭넓게 활용한 댓가입니다. 혁명의 과소비 시대입니다.
바야흐로 혁명을 혁명답게 혁명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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