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들 사이로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을 느꼈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며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은 꿈이라기보다 주문에 가까웠고, 그 믿음은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게 해주는 힘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현실의 무게가 꿈보다 앞서기 마련입니다. 해야 할 일과 책임이 쌓이며, 언젠가 아무렇지 않게 외치던 그 주문은 마음 한쪽 서랍 속으로 조용히 접혀 들어갑니다. 별빛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그 빛을 천천히 바라보는 여유조차 잊곤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지난주 누리호 발사 성공은 잊었던 조각을 되찾아 주는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거대한 추진력을 뿜어내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누리호는 단순한 로켓이 아니었습니다. 독자적 발사체 개발 착수 15년 8개월 만에 한국 우주산업은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가져다준 거죠.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을 이어간 결실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 장면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용기와 가능성을 다시 깨우는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많은 분이 가슴이 뜨거워졌던 이유는 단지 기술적 성취 때문만이 아니라, “다시 멀리 볼 수 있다”는 마음이 되살아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리호는 말하는 듯합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천천히라도 괜찮습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라고...
우리는 흔히 ‘시작’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생각이 먼저 앞서 발걸음을 무겁게 하죠. 그러나 누리호의 발사는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 불완전한 시도와 꾸준한 개선이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 제가 꿈꾸던 우주는 여전히 저 밤하늘에 있습니다. 이제 그 우주는 단순히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공간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기준처럼 느껴집니다. 광대한 우주를 떠올리면 작은 실패나 두려움은 조금 가벼워지고, 우리 각자의 도전도 언젠가 자신만의 궤도를 찾아 날아오를 것이라 믿게 됩니다.
누리호는 우리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꿈을 다시 꺼내시겠습니까?”
그 질문 앞에서 저는 다시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오래전에 접어두었던 꿈의 서랍을 살며시 열어 보며 다짐합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저만의 속도로 계속 우주를 향해 걸어가겠다고...
삶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누리호가 힘차게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속 작은 별들이 다시 길을 밝혀줄지도 모릅니다. <김영희 디지털콘텐츠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