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76호
2026년 3월 2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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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은 한때 ‘의무에 가까운 기념품’이었습니다. 두툼한 양장본 표지 안에는 교복과 학사모, 어색한 미소와 무엇이든 서툴렀던 기억이 빼곡히 담겨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 있어도, 가격이 비싸다며 투덜거리면서도 대부분은 앨범을 구입하곤 했습니다. 그 책 한 권이 학창 시절의 추억을 봉인하는 공식적인 절차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풍경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진은 휴대전화 속에 차고 넘치고, 클라우드에는 수천 장의 이미지가 저장됩니다. 굳이 종이 앨범을 펼치지 않아도 추억은 손가락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쉽게 소환됩니다.
딥페이크와 같은 범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친분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자신의 얼굴이 남는 일을 꺼리는 그 마음 역시 충분히 헤아릴 만합니다. ‘남기지 않을 권리’는 분명 존중받아야 합니다. 기록은 더 이상 집단의 관습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단체앨범 대신 졸업을 기념하는 개인 스냅 촬영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입니다.
사람들은 학교라는 이름 아래 묶인 집단 사진은 거부하면서도, 가장 나다운 모습만큼은 더욱 정성스럽게 남기고 싶어 합니다. 획일적인 포즈는 원하지 않지만, 나를 중심에 둔 서사는 갖고 싶어 하는 욕망입니다. 지우고 싶은 기록과 붙들고 싶은 장면이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 이러한 변화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낍니다. 효율과 안전,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에 종이 졸업앨범은 낡은 형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누군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던 그 단체사진 한 장이야말로 ‘그때 우리’를 증명하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요.
남기고 싶지 않을 권리와, 결국은 무언가를 남기고자 하는 마음 사이에서 졸업앨범은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자 ‘유물’이 되고 있습니다. <김영희 디지털콘텐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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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넘치는 강원 그릇이 없다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의 문화 인프라 경쟁이 뜨겁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거점을 둔 경기 남부권 도시들은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최첨단 공연장을 속속 개관하며 문화 랜드마크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수십 년 역사의 시립 예술단을 보유하며 풍부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강원도는 정작 이들을 담아낼 제대로 된 ‘그릇(하드웨어)’이 없어 문화 소외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이 넘치면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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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선 속 ‘독립불씨’
“가난하게 살더라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선조들께 부끄럽지 않게 살라는 것이 두 분의 유훈이었습니다.” 손자가 기억하는 독립운동가 조화벽·유우석 지사는 강직하고 불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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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이용 역사 새로 쓴 개척자
평일인 23일 오후, 원주 명륜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홍인기 명장의 이용원 문을 열자 오래된 이발의자와 벽에 빼곡히 걸린 상패, 가지런히 놓인 도구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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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단종비각을 아시나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 6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극중 비극적 삶으로 재조명된 조선 제6대 왕 단종과 관련된 유적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태백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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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운 품은 몸짓
겨울의 끝에서 따스한 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을지도 모른다. 봄의 기운을 담은 손짓은 어느새 움츠렸던 마음도 녹인다. 강원도립무용단은 특별기획공연 ‘시나브런치 콘서트-동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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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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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밥 오곡밥은 찹쌀에 조·수수·팥·콩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은 밥으로 3일인 정월대보름에 먹는 대표적 음식이다. 서로 다른 빛깔과 맛을 지닌 곡식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조화와 넉넉함을 뜻하고, 땅의 기운을 고루 담아 복을 나누어 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대보름날 가족이 모여 오곡밥을 나누어 먹는 일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한 해 동안 탈 없이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으는 의식과도 같다. 소박하지만 깊은 맛이 깃든 한 그릇에는 자연에 대한 감사와 새해를 단단히 살아가려는 다짐이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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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의 자리’
~3월 4일 춘천 문화공간 역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춘천지부 2026 시민소통전. 매일 작업실을 지키며 캔버스 앞에 앉는 예술가들의 성실한 ‘예술의 하루’를 보여주는 자리로 총 30여명의 작가 참여.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4월 5일 아르코미술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올해 첫 전시. 제19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전으로 건립 30년을 맞은 한국관 건축을 되짚어 보고, 지난해 베네치아 현지에서 펼쳤던 전시를 재구성한 자리.
‘서운 채순자 초대전’
~3월 30일 원주전통문화교육원
작가는 1구 4자, 총 250구로 이루어진 천자문을 ‘각(刻)’이라는 전통 조형 언어로 구현. 천자문을 단순한 학습서가 아닌, 국어사와 서예, 그리고 각자(刻字) 예술로 승화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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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문화재단 ‘따르릉 배송’ 참여 업체 모집
‘따르릉 배송’은 도내 소외지역 거주자와 고령자 등 거동이 불편한 문화누리카드 이용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전화 주문·배송 서비스로, 가맹점 제품 안내 책자를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전화로 주문하면 배송받을 수 있도록 지원. 내달 13일까지 모집, 자세한 내용은 강원문화재단 홈페이지 또는 전화(033-240-1335, 1345)로 문의.
- ‘2026년 스포츠 꿈나무 특기 장려금’ 시행
올해 법정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1800명의 초중고 학생 선수를 선발해 5월부터 내년 2월까지 매월 40만원(최대 10개월)의 특기 장려금(바우처) 지원. 대한체육회 정회원 단체, 대한장애인체육회 정가맹·유형별 체육단체 종목 선수로 등록된 초중고 및 특수학교 재학생은 누구나 3월 27일까지 재학 중인 학교를 통해 신청 가능. 자세한 사항은 체육공단 홈페이지(kspo.or.kr) 참조.
- 임업·산림 공익직접지불금 신청·접수
3월 4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 임업인의 신청 편의를 위해 임업직불금 등록정보 변경이 없는 임가의 경우 모바일 간편 신청·접수를 3월 4∼31일 시행. 온라인(임업-in 통합포털, https://pay.foco.go.kr), 읍·면·동 방문 신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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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곤충을 작고 미미한 존재로 여긴다. 그러나 오늘의 친구, 굴뚝날도래 애벌레를 만나는 순간 이런 편견은 싹 사라진다.
굴뚝날도래는 날도래목에 속하는 곤충이다. 애벌레 시절 물속에서 살아가는데 얇은 나뭇잎을 오려서 굴뚝처럼 보이는 길쭉한 원통형 집을 짓고 있어 ‘굴뚝날도래’라는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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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벌레는 나방처럼 보이지만 날개에는 비늘 가루 대신 잔털이 나 있어 구별된다. 수서곤충이지만 애반딧불이 애벌레처럼 알,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모두 거치는 완전 탈바꿈을 하는 곤충이다.
보통 5~7월 어른벌레로 우화한 이 친구는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지만 활발한 섭식은 하지 않는다. 짝짓기를 한 후 물속에 알을 낳고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물 속에서 월동한후 우화 2~3주 전에 번데기 시기를 거친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날도래는 여러 종이 있는데 종에 따라 집을 짓는 재료나 방식이 다양하다.
아주 작은 모래만을 붙여서 짓기도 하고 모래와 작은 나뭇가지를 붙이거나 나뭇잎을 겹쳐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 친구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진짜 이유는 어른벌레가 아니라 물속에 사는 애벌레 시절이다.
애벌레는 물속에 떨어진 낙엽이나 풀 줄기를 입으로 오리고, 입에서 토해낸 점액질로 붙여 집을 짓는다. 한쪽은 구멍이 크고 반대쪽은 구멍이 작으며 살짝 휘어져 있다. 얼핏보면 그냥 나뭇가지로 보인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몇 개의 마디 마디로 이어져 있는 부분이 얼마나 정교하고 튼튼해 보이는지 정말 곤충 애벌레가 지은 집이 맞나 싶을 정도다. 최고의 건축 설계사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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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는 안에서 머리와 다리만을 밖으로 내밀고 먹이 활동을 하다 천적이 나타나면 쏙 들어간다. 등쪽에 고리같은 것으로 몸을 걸어 놓고 몸 일부만 밖으로 나오게 해 천적에게 잡혀 먹히는 것을 막는 전술은 참으로 경이롭다. 먹이 활동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늘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이 친구가 제일 무서워하는 천적은 버들치나 갈겨니 같은 물고기다. 또 날도래를 집채로 잡아서 바윗돌에 부딪혀서 애벌레를 빼먹는 물까마귀도 있다. 하지만 더 무서운 천적은 바로 사람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낚시를 좋아했다. 그런데 미끼로 지렁이보다 물고기들이 더 좋아하는 날도래 애벌레를 자주 이용했다.
이제는 굴뚝날도래 애벌레도 쉽게 만날 수 없다. 필자가 일하는 강원특별자치도 자연환경연구공원 인근의 계곡 같은 아주 깨끗한 1급수 물에서만 영접할 수 있는 귀한 ‘환경지표종’이다.
우리는 자연을 거대한 숲이나 화려한 동물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작은 굴뚝날도래 애벌레에도 수백만 년에 걸쳐 발전해온 생존의 지혜가 담겨있다. 아주 맑고 산소가 풍부한 계곡을 가게 된다면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물속을 살펴보길 바란다.
혹시 그곳에서 연기를 내뿜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굴뚝 안에 사는 앙증맞은 물속 최고의 건축 설계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청개구리 쌤, 지영군 곤충교육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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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은 곧 평등에 대한 사랑이다.
- 몽테스키외 -
<가로 낱말 풀이>
(1) 늘어놓은 물건을 한데 거두어 감
(3) 여자로서 경찰 직무를 맡는 사람
(5) 현실성이 없는 허황한 이론이나 논의
(6) 여러 사람이 참혹한 지경에 빠져 고통받고 울부짖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8) 나무오리나 널빤지로 바닥을 대어 만든 나무 침상의 한 가지
(10) 인간이 욕망의 충족을 위하여 재화를 소모하는 일
(12) 지나칠 정도로 사리를 모르고 우악스러움
(14) 은으로 만든 그릇
(15) 수면 중에 발작적으로 일어나서 일상적인 행동을 하다가 다시 잠에 들곤 하는 병적 증세
(17) 형사소송에서 검찰에 의해 공소 제기를 받은 사람
(19) 임명이나 해임 등에 관련된 공식적인 발령 내용을 적어 본인에게 주는 문서
(20) 남을 지배하는 사람
(21) 정신이 흐릿하고 가물가물함
(22) 죄인이나 피의자의 동작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양쪽 손목에 걸쳐서 채우는 쇠붙이로 만든 형구
(24) 소중하고 요긴하게 여김
(27) 충직하고 성실하다
(29)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계속하여
(31) 어른과 어린이 또는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는 지켜야 할 차례와 질서가 있음
(32) 어떤 것을 보살펴 지킴
(33) 두 팔과 두 다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
<세로 낱말 풀이>
(1) 손과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작은 규모의 공업
(2) 어떤 사항을 토론 거리로 삼아 문제를 제기하거나 논의함
(3) 시집가지 않은 어린 여자아이
(4) 어떤 건물을 살피고 지키는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
(5) 부모가 밖에 나가서 일하는 동안 그 어린아이를 맡아 보살피고 가르치는 사회적 시설
(7) 계절이 바뀌는 시기
(8) 바닥이 고르게 펀펀한 땅
(9) 기억이 분명하지 않고 아리송하다라는 말의 어근
(11) 완전히 잠이 들지도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어렴풋한 상태
(12) 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삶
(13) 적의 사정과 나의 사정을 자세히 앎
(14)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참고 감추어 몸가짐을 신중히 함
(16) 죽은 사람의 혼령
(18) 쓴 술이 든 잔, 쓰라린 경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1) 칵테일, 여러 가지를 섞은 술
(23) 온몸이 단단한 껍데기로 싸여 있는 벌레
(25)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적은 문서
(26) 쇠를 달구어 온갖 연장을 만드는 곳
(28) 개인 또는 사법인이 가진 땅
(30) 타고난 수명
(31)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팖. 또는 그런 일
* 출제 : 한림대학교 / 김기우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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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정답 :
태산북두 泰山北斗
(泰 클 태 山 메 산 北 북녘 북 斗 말, 별자리 두)
태산과 북두칠성.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 또는 어떤 분야의 대가.
사례문장:
.그 교수님, 많은 후학의 존경을 받고 있어. 학계에서 태산북두야.
.박경리와 최인훈은 문학계 태산북두로, 그들의 작품은 많은 독자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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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7년(세종9년) 5월. 태종(太宗)의 기일(忌日)에 왕자, 기생, 광대들이 뒤엉킨 성 추문이 터졌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정종(定宗·1357~1419년)의 아들, 이의생(李義生)이 기생 매소월(梅捎月)을 첩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장안의 명기들을 형과 동생에게 소개했다.
형 이무생(李茂生)은 기생 자동선(紫洞仙), 간설매(間雪梅), 죽간매(竹間梅)를, 동생 이복생(李福生)은 기생 약계춘(藥堦春), 보금(寶金)을 차례로 간통했다. 선왕을 추모하는 기간에 광대들을 불러 놓고 기생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낯 뜨거운 술판을 벌였던 것이다.
격노한 세종이 펄펄 뛰었다.
정윤(正尹) 이무생과 이복생을 파면하고 배천(白川)과 원주(原州)에 귀양을 보냈다. 원윤(元尹) 이의생은 강화(江華)로 내쫓았다. 무생·의생·복생은 정종의 아들이자 왕과는 사촌지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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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이무생(1392~1460년)은 측실, 후궁의 소생으로 정종의 넷째 아들이었다.
정종은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승리한 이방원(태종)의 대리인으로 2년 동안 왕위에 있었다. 그리고 1400년 11월 제2차 왕자의 난을 진압하고 전권을 장악한 태종(1367~1422년)에게 보위를 넘겼다.
그는 왕좌에서 보신책으로 정치보다 오락에 탐닉했다. 배 다른 동생과 친형을 죽이고 모든 권력을 틀어쥔 동생, 태종(재위 1400~1418년)에게 납작 업드렸다. 왕위에서 물러난 뒤에도 세상과 담을 쌓고 사냥이나 격구, 온천과 연회로 소일했다. 슬하에는 15남8녀를 두었다. 그리고 천명(天命)을 누렸다.
그 아들, 이무생은 삼촌들의 피 비린내 나는 권력투쟁과 어버지의 처세술을 보고 배운 것일까?
그는 연일 정씨(延日 鄭氏) 등 부인 3명과 사이에 아들 9명, 딸 3명 등 12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여성 편력은 육십을 넘어서도 지칠 줄 몰랐다.
1457년(세조3년) 7월17일.
종친들의 잘못을 탄핵하는 종부시(宗簿寺)가 세조에게 보고했다. “선성군(宣城君) 이무생이 창기를 사랑해 아내를 내쫓아 소박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내가 마음대로 제발로 나가 버려 교화하기가 어려웠다고 변명하면서 승복하지 아니하니 심히 부당합니다. 성상의 재결을 청합니다.”
세조는 이무생의 작위를 파면했다. 하지만 이혼은 허락했다. 애첩이 한양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무생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리고 6개월 뒤인 1458년(세조4년) 1월27일 종부시가 다시 아룄다.
“선성군 이무생이 기첩 탁금아(濯錦兒)를 사랑해 본부인을 폐출하고, 방자해 거리낌이 없습니다. 청컨대 탁금아는 본읍에 환역(還役)하고 무생은 성상께서 재결하소서.”
이무생은 세조에게 큰 아버지뻘이었다. 재결(裁決) 요구는 골치 아픈 종친 문제였다. 세조는 탁금아를 한양에서 내쳐 원래 소속 관아로 되돌려 보냈다. 그러나 무생에 대해서는 종부시의 입 구멍을 틀어 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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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손 이무생과 기첩 탁금아의 추문이 장안의 화제가 됐던 시기는 단종이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돼 사지인 영월로 유배를 떠난 직후였다.
1457년(세조3년) 6월22일 단종은 죽어서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강원도 영월로 길을 나섰다. 2년 전 누나 경혜공주(敬惠公主)의 남편이자 매형인 전 형조판서 정종(鄭悰)이 갔던 길이다.
그해 9월 순흥부에 유배됐던 금성대군(錦城大君)이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돼 또 한차례 거센 피바람이 몰아쳤다.
그리고 10월21일 끝내 단종은 영월에서 정치적으로 피살됐다. 왕위를 찬탈한 세조와 그 측근들은 흉흉한 민심에 전전긍긍했고 백성과 선비들은 단종의 처연한 죽음에 눈물을 삼키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런 엄중한 시국에 이무생의 추문이 터진 것이다. 세상과 절연하고 여색에 빠졌던 그의 행실은 타고난 자유분방함인가? 골육상쟁의 피바람이 몰아치는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인가?
수양대군 세조는 1년뒤 1459년 2월 이무생을 다시 선성군으로 봉했다. 10월에는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잔치에 초청하며 변함없는 성은을 베풀었다. 그리고 이무생은 이듬해 68세를 일기로 숨졌다. 아버지 정종보다 6년을 더 살았다. 천수(天壽)를 다했던 것이다.
15세기 선비의 나라, 조선에는 대의와 명분을 위해 목숨을 초개(草芥) 같이 버린 사육신(死六臣)과 생육신(生六臣)이 있었다. 또 향기로운 사랑방에서 술과 여인을 끼고 ‘봄날은 간다’를 부른 왕자 이무생도 있었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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