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15호
2024년 12월 30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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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초상
자정이 넘어서도 말똥말똥합니다.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희미하게 천장을 비추는 멀티탭의 불빛을 쳐다보며 잠을 청하지만 쉽사리 잠은 오지 않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침대 위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한 채 손가락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앱들을 순회하듯 들락거려 봅니다. 아래위로 손가락만 움직이며 숏폼들을 보다가 서너시간이 훌쩍 지난 시계를 보며 한숨 쉽니다.
이 모습, 여러분도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종종 이렇게 우리 뇌는 스마트폰의 작고 빛나는 화면에 매혹되어, 끝없이 스크롤하고 클릭하며 소위 ‘정보’라는 이름 아래 온갖 쓸모없는 것들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명 ‘뇌썩음(brain rot)’ 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매년 사회 이슈와 트렌드를 반영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합니다. 올해는 위에서 말한 ‘뇌썩음(brain rot)’이 선정됐습니다.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해 정신적, 지적 상태가 저하되는 현상을 뜻하는 이 단어는 미국 철학자이자 시인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수필집 ‘월든; 즉, 숲속의 삶’(1854년)에 처음 등장합니다. 소로는 이 단어를 통해 다양하고 복잡한 아이디어가 평가절하되는 세태를 비판하며 “정신적·지적 노력이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썩히는’데 열중할까요? 세상이 너무 복잡한 까닭에 진지하게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배우기보다 짧고 즉각적인 만족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의 뇌는 ‘레저용 기계’로 전락하고, 깊이와 본질을 잃어버린 얕은 지식만을 쌓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창의성, 깊이 있는 사고, 그리고 인간다운 상상력은 방치됩니다.
요즘 한국 정치를 보면 마치 무한 스크롤링이 가능한 SNS와 같습니다. 정치인들은 오늘도 트렌드에 맞는 발언을 합니다. 어제는 ‘민생’을 강조하더니, 오늘은 ‘법’을 외치고, 내일은 ‘개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립니다. 짧고, 자극적이며, 생각 없이 소비되기에 딱 좋은 마치 SNS 속 콘텐츠 같습니다. 국민들은 이를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로 분노를 표출하며 서로 싸웁니다. 결국 모두가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정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즉각적인 만족만을 찾는 듯합니다.
정치판 뇌썩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아마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정치인이 무엇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그 말이 왜 중요한지 고민해야 합니다. 정쟁이 아니라 정책을 살피고, 논란이 아니라 결과를 바로 볼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올해 마지막 [한NU네] 뉴스레터입니다. 독자님들 올 한해 누구보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격한 응원을 보냅니다. 새해에는 좀 더 따뜻하고 웃음이 나는 뉴스들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김영희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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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사망 179명…2명만 생존 국내 발생 여객기 사고 중 최대 인명피해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승객 등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로 이어지며 17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날 수색 초기 기체 후미에서 객실승무원 2명은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이번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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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동해선 매진 행렬
경북 포항~강원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철도가 오는 31일 울진·삼척역에서 각각 개통식을 갖고, 새해 첫날인 1월 1일부터 탑승객을 맞는 가운데 예매에 들어간 승차권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등 동해안 철도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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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기다림, 보물이 되다
1100년간 흙 속에 파묻혀 있다가 휘황찬란한 금빛을 찾은 양양 선림원지 금동보살입상이 국가 보물이 됐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6일 양양 선림원지에서 출토된 금동보살입상(사진)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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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나타난 산타?
성탄절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원주에서 익명의 중년 남성이 다량의 후원품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이날 오전 원주 단계동행정복지센터에 출근한 김현정 찾아가는보건복지팀장은 현관 앞에 쌓인 총 20개 박스의 라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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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계리 은행나무 수령 1317년
수령이 800∼900년 정도로 알려진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정확한 수령이 1317년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높이 32m, 최대 둘레 16.27m에 이르며 가지가 사방으로 넓게 퍼져 있어 웅장한 느낌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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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새명소 '공지천 출렁다리' 개통
춘천시가 의암호 수변을 전망할 수 있도록 만든 출렁다리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오후 개통했습니다. 춘천에 출렁다리가 새워진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70~80년대 강촌이란 곳을 대학생 MT와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게 한 것이 바로 강촌의 출렁다리 였습니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발생해 1985년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서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날 새롭게 모습을 선보인 춘천 공지천 출렁다리 명칭은 의암호 사이에서 추억을 만난다는 의미와 다리의 길이(248m)를 더해 '춘천 사이로 248'로 정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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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택받은 소나무 '준경묘 미인송'
소나무가 초례상을 차리고 혼례를 올렸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호사를 누린 소나무가 실제 존재한다.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 준경묘역에 있는 ‘미인송’.
준경묘(濬慶墓)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양무장군(陽茂將軍)의 묘소다. 태조의 4대조인 목조 이안사가 이곳에 선친(양무장군)을 안장함으로써 후일 조선을 건국하게 됐다는 ‘백우금관(百牛金棺)’의 전설이 전하는 곳이다. 500년 조선 왕조 창업 스토리를 품고 있는 천하의 길지로 통한다.
묘역 주변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즐비하다. 120만 평, 드넓은 산림 전체가 명품 소나무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이곳에 ‘미인송’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는 소나무가 있다. 묘역 입구 산비탈에 있는 이 특별한 소나무는 지난 2001년 5월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 103호)과 혼례를 올렸다. 정이품 벼슬을 가진 소나무를 배필로 뒀으니 조선시대 품계에 따르면 ‘정부인 송(松)’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속리산 법주사 인근에 있는 정이품송이 어떤 나무인가. 조선 세조 대왕이 속리산으로 행차할 때 늘어진 가지가 들려서 왕이 탄 어가(御駕)를 지나가게 함으로써 정이품 벼슬을 하사받았다고 하는 명품 중의 명품 소나무이다. 수령이 600년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나무의 노화가 심화하자 걱정하던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의 종자 보존을 위해 엄격한 심사와 연구를 거쳐 국내에서 형질이 가장 우수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았는데, 이곳 준경묘의 미인송이 ‘신부’로 선택을 받아 혼례를 올리게 된 것이다. 이른바 ‘간택 받은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미인송은 혼례 당시 수령이 95년, 둘레가 2.1m, 높이가 32m에 달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하늘로 치솟은 자태가 압권이다.
2001년 5월 8일 정이품송과 준경묘 미인송 간에 세계 최초로 이뤄진 소나무 혼례는 당시 신순우 산림청장이 주례를 맡아 준경묘에서 전통 방식으로 치러졌다. 신랑 측(정이품송) 혼주는 당시 김종철 보은군수, 신부 측(미인송) 혼주는 당시 김일동 삼척시장이 각각 맡았다. 이날 혼례는 정이품송의 화분을 미인송에 뿌려주는 것으로 절정에 달했다. 거기서 발아한 후세목을 지금 기르고 있다고 하니 ‘로열 패밀리’ 2세송(松)의 등장이 기대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인송을 품은 준경묘역은 웅장한 산세의 삼척 두타산에서 뻗어 나온 양지바른 터에 자리 잡아 솔향을 즐기는 호젓한 산행 코스로도 그만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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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 50년만에 고교 졸업
가수 인순이가 50년만에 검정고시에 합격, 명예 고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홍천군 남면 ‘해밀학교’의 이사장인 인순이(본명 김인순·67) 씨는 올해 고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 응시해 합격, 약 50년만에 고졸의 꿈을 이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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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
강릉 관노가면극에 대한 애정이 깊은 발달장애인 조영훈군이 ‘관노가면극’을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조영훈 군은 관노가면극보존회의 공연을 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남긴 후 그림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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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산천어축제 ‘오색찬란 판타지’ 서막
글로벌 축제도시 화천의 겨울축제 시즌이 지난 21일 선등거리 점등식을 신호탄으로 막이 올랐습니다. 오색찬란하게 빛을 내는 산천어등은 지역 어르신들이 정성껏 손으로 빚어냈습니다. 축제의 서막을 연 화천군과 (재)나라는 오는 1월 11일부터 2월 2일까지, 23일 간 화천읍 화천천과 선등거리 일대에서 2025 얼음나라 화천산천어축제를 개최한다. 이곳 선등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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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꽃말처럼 부끄러움 아는 공동체이길
보약이 필요한 시대! 기를 살리고 혈을 뚫어 동력을 만들고, 힘을 비축할 때입니다.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순환시켜야겠지요. 작약과 황기, 당귀, 천궁, 감초, 계피, 생강, 대추, 잣, 호두를 달여 만든 쌍화탕이 제격입니다. 작약은 쌍화탕의 주요 재료입니다. 혹한의 날씨가 이어져 몸이 위축될 때 피로를 풀어주고 원기 회복을 돕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약재! 굳이 의술의 신 파에온(paeon)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지치고 야윈 심신을 치유할 신비의 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옛날식 다방에 앉아 마시는 계란노른자 동동 띄운 그 맛으로.
여러해살이 약초인 작약은 혈액순환을 도와 어혈을 없애고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복통, 생리통, 근육통을 진정시키며 간, 위장 질환 치료에 좋습니다. 면역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력 회복을 돕지요. 갱년기 증상, 두통, 가슴 두근거림, 신경쇠약 등 부인병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널리 쓰입니다. 향이 좋아 부케로 애용되며 향수의 재료로 인기가 높습니다. 꽃말은 수줍음, 부끄러움. 꽃은 붉은색과 흰색 두 종류로 나뉘며 더러 분홍색을 띱니다. 꽃 색에 따라 약성이 조금씩 다르나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통과 상처로 점철된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가 세상살이를 옥죄고 너와 나, 이웃과의 왕래를 가로막습니다. 한파는 날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경제 한파가 서민들의 삶을 짓누릅니다. 안과 밖을 가로막은 벽은 더 두텁고 단단해집니다. 차갑게 식은 온기는 집단 갱년기 증상으로 표출되지요. 공동체에 힘이 빠지며 열패감이 확산되는 순간, 사회적 병리현상은 통제 불능이 됩니다. 작약 꽃 같은 화사함은 아니더라도 그 온기만큼은 지켜야겠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가 꽉 막혀버린 듯 움직임이 더디고, 곳곳에서 역류 현상이 심화됩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지성과 반지성이 모호해진 집단 급체! 이대로 두면 곧 숨이 멎거나 강력한 고통이 엄습하겠지요. 긴급 처방이 필요해 보입니다. 굳은 근육은 풀고 멈춘 심장은 다시 뛰게 해야 합니다. 멈추고 굳지 않도록 공동체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때, “껍데기는 가라”는 외침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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