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를 헤치고 입구에 다다르면 거대한 스탠드와 잘 정돈된 푸른 잔디가 눈앞에 펼쳐져 가슴이 뻥 뚫립니다. 높이 솟은 조명탑이 경기장을 환하게 비추고 그라운드에는 흙과 잔디가 선명하게 나뉘어 있고, 하얗고 네모난 베이스는 마치 전장의 요충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응원가와 수만명 팬들의 환호성은 이곳 분위기를 한층 더 뜨겁게 달구고 심장을 쿵쾅거리게 합니다.
이곳이 어딘지 아시겠죠? 네, 야구경기장입니다. 2025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이 다음달 22일이라고 합니다. 한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야구팬들은 아마 3월 8일 시범경기부터 챙겨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도…
2시간 이상씩 진행되는 야구경기를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깟 공놀이’에 일희일비 하는 팬들을 보며 웃기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가만히 서 있다가 공치고 잠깐 뛰고, 나머지 선수들은 덕아웃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여타 스포츠 경기처럼 박진감이 없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야구를 보는 이유는 9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과 수비 상황이 어쩌면 우리 인생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합니다.
먼저 야구에서는 3할 타자면 잘하는 선수라고 합니다. 10번 타석에 들어서서 3번만 안타를 쳐도 3할 타자인데요, 7번의 실패보다 3번의 성공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스포츠가 야구입니다. 우리는 종종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만, 야구는 실패 속에서도 배움을 찾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또 모든 팀스포츠가 그렇겠지만 야구 역시 혼자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수비수의 도움 없이 완벽한 경기를 만들 수 없고, 최고의 타자도 팀 동료들의 지원이 없다면 승리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야구는 팀워크의 스포츠이며, 인생 또한 주변 사람들과 협력하고 서로를 도우며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물론 늘 꾸준히 준비해 온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이고요.
야구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 언제나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할 것,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을 깨닫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릉고 야구부가 얼마 전 창단 50주년을 맞았다고 합니다. 봉황대기 황금사자기 등 전국 메이저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프로선수로 지명받는 학생들이 나오며 야구명문이 됐습니다. 야구 불모지에서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 감독과 선수들이 모두 어떤 시간을 견뎠는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지만,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훗날 프로 무대에서 이들의 경기를 보며 제가 응원받을 테니까요. <김영희 디지털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