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33호 
2025년 5월 5일(월)  |  
  |  
  |  
 내 안의 어린이는 어디 갔을까
  
 어린이 시절 저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장래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아침엔 간호사, 점심엔 문방구 사장, 저녁에는 발명가.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고민도 없이 말할 수 있었던, 지금보다 훨씬 신나던 시절이었습니다. 철이 조금 들고 중고등학생 때는 장래희망으로 작가, 카피라이터, 교사, 공무원, 운동치료사 등을 적어내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뭐든 될 수 있다고 믿었고, 세상은 궁금한 것 투성이였습니다. 
  요즘 저는 어떨까요. 여러분은 어떨까요.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고, 할 일을 떠올리며 억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은 “오늘 해야 할 일이 뭐였지?”로 바뀌었고, 내 안에 살던 작고 자유롭던 어린이는 어느새 조용해졌습니다. 바쁜 어른의 일상 뒤편에 가만히 숨어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그 어린이가 슬쩍 고개를 내밀 때가 있습니다. 극한의 스트레스에 달했을 때 제가 들르는 곳에 가면 그 어린이가 나타납니다. 퇴근길 혹은 휴일에 들린 문방구에서 분홍, 노랑의 완구에 가까운 문구류를 마주쳤을 때, 지금 이 큰 손으로는 만지지도 못할 작은 인형이나 장난감을 봤을 때... 또 베란다 문을 열어두고 있다 보면 놀이터에서 꺅꺅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 혹은 별 이유 없이 솜사탕을 먹고 싶어질 때. 그럴 땐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합니다. ‘그 어린이가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구나’ 하고. 여러분 안의 어린이는 언제 불쑥 나타나세요? 
  
 어린이날을 맞아 생각해 봤습니다. ‘내 안의 어린이’는 요즘 뭐 하고 있을까? 혹시 너무 오래 방치해둔 건 아닐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자라렴”이라고 AI처럼 말하면서, 정작 스스로에겐 “쓸모 있게 버텨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제는 어른이 된 우리가, 가끔은 그 시절의 나에게 안부를 묻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너무 지쳐 있다면 말이죠. 어릴 적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언젠가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면 어떨까요. 
  
 “많이 바빴지? 그래도 네가 아직 내 안에 있어서 참 다행이야”. 
  
 <김영희 디지털콘텐츠부장> 
  |  
  |  
  |  
 
 “세상에 평화를, 마음에 자비를” 
 종교계 곳곳에서 5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서로의 차이보다 공통된 가치를 먼저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을 때,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뜻이 더욱 깊이 실현될 것”이라고 최근 밝혔습니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대주교는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  
  |  
  |  
 
“불행하지 않다면, 지금 행복”
 삼척 두타산 자락 천은사는 고요한 숲의 풍경이 마음에 머무는 사찰입니다. 고려시대 이승휴가 은거하며 역사서 ‘제왕운기’를 편찬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천은사를... 
 
  |  
 
긴 대기줄 ‘분통’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유심 무상 교체 첫날, 강원도 내 T월드 매장에도 이른 오전부터 가입자들이 장사진을 치는 등 ‘대란’이 일었습니다. 온라인 유심 예약시스템도 오전 내내 접속... 
 
 
 
 
  |  
  |  
  |  
 
하루하루가 인생정원 가꾸기
 엄마는 딸이 그림과 가까운 사람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의 이름에 그림 ‘회(繪)’자가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엄마의 바람대로 임윤회(38) 단향토끼 대표는 예고를 졸업하고 미대 조소과에 ... 
 
 
  |  
 
 아무도 찾지 않은 방
 지난 달 원주에서 4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수개월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는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족도, 형제도, 친구도 없이 홀로 살던 그는 그렇게... 
 
  |  
  |  
  |  
 
 강원대·강릉원주대 통합수정안 평의원회 통과
  
 강원대는 지난 28일 평의원회를 열고 강릉원주대와의 통폐합 신청서 수정안을 가결했습니다. 대학은 5월 교육부 심사를 거친 뒤 대입 전형계획을 제출하고, 내년 3월 ‘통합 강원대’ 출범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갑니다. 촬영·편집/박상동 
   |  
  |  
  |  
 
 어명(御命)을 받은 소나무들
  
 “어명(御命)이요.” 서울 도성의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이 불에 타 전소된 지난 2008년 12월 10일,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 준경묘역의 산에서 한 목수가 도끼로 아름드리 소나무 밑동을 찍으면서 “어명이요”를 세 번 외쳤다. 이날 목수가 베어 넘긴 소나무는 숭례문 복원에 사용될 토종 금강소나무였다. 앞서 그해 2월 숭례문이 불타는 사상 최악의 변고를 당하자,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전국을 돌며 복원에 사용할 소나무를 수소문하고 찾아다니다가 이곳 준경묘역의 소나무를 낙점, 20그루 벌채 작업을 진행했다.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祖)인 ‘양무장군(陽武將軍)’의 묘소로, 500년 조선 왕조 창업 스토리를 품고 있는 길지(吉地)이니, 역사적 인연도 안성맞춤이었다.
   산신제와 고유제를 지내는 등 옛 격식에 따라 까다롭게 진행된 이날 벌채 작업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도끼로 소나무 밑동을 세 번 내려치면서 어명이라는 것을 외치는 것이었다. 현장의 대목수들은 이에 대해 “100년 이상을 산 소나무는 영물로 보기 때문에 나무를 베는 것을 목수들이 두려워하고, 꺼리게 되므로 임금의 명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베게 됐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가고 조심하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의식을 가다듬는 일종의 주술 행위인 셈이다.
   도끼질이 끝나면 톱을 든 목수가 나서는데, 톱을 들고 나무를 베어 넘기는 목수야말로 정말 기가 센 사람이라고 한다. 나무를 다루는 목수가 ‘이 큰 나무를 어떻게 베나’ 하는 식으로 처음부터 주눅 들어 버리면 산판의 큰 벌목 행사, 특히 궁궐용 목재 벌채는 진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가 센 목수가 나무를 완전히 제압해 베어 넘기는 방식으로 벌목이 이뤄지는 것이다.
   금강송 산지로 유명한 동해안에는 이렇게 어명을 받은 숲과 소나무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소나무의 누런 속살을 창자에 비유해 ‘황장목(黃腸木)’이라고 부르고, 금표(禁標)를 세워 함부로 베는 것을 막았다.
   강릉시 성산면 대공산성 일원 등산로에 있는 ‘어명정(御命亭)’은 이름 자체에 ‘어명’이 들어있어 더욱 이채롭다. 2007년 광화문 복원에 사용할 금강송을 베어낸 자리에 세운 정자인데, 주변에 어린 소나무를 심어 후계송을 키우려는 정성도 더했다.
   어명을 받은 소나무들은 전통 건축물의 핵심 소재로 다시 천년을 산다. 송진이 가득 차 비를 맞아도 썩지 않고, 단단하기가 비할 데 없는 최고의 목재이다. 산불에 취약하다고 하지만, 소나무가 있어 우리 산이 사철 푸른 것도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  
  |  
  |  
 이계진이 캐낸 보석 '바보화가'
 “잊지 못합니다. 갚지 못하고 세상 떠납니다.” 지난 28일 별세한 국내 1세대 화가 한인현 화백이 병상에서 원주 출신 이계진 전 국회의원에게 남긴 말입니다. 이 전 의원은 고인의 예술세계를 ...  |  
 
 강원 영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30일 개막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강원문화재단 강원영상위원회 지원 작품 7편이 상영됩니다.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속초에서의 겨울’(감독 코야 카무라)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  
  |  
  |  
 '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 봄날 인제 곰배령에선
 엘레지, 노루귀, 홀아비바람꽃, 한계령풀, 모데미풀, 갈퀴현호색… 수줍은 꽃들은 자세히 보면 더 예쁩니다. 꽃의 모습에 취해 계곡 옆으로 물소리를 들으며, 이끼바위에 감탄하며 걷다가, 숲이 사라지고 문득 하늘이 열리는 곳. 곰배령입니다. 지난달 23일 곰배령 산림생태 탐방이 재개됐습니다.  ‘수줍게 찬란한’ 곰배령을 탐방...   |  
  |  
  |  
 
 
 임진왜란으로 춘추관(春秋館), 성주(星州), 충주(忠州)에 보관중이던 실록(實錄)이 모두 불에 타 버렸습니다. 천만다행 전주(全州)에 소장돼 있던 실록만이 화를 면했습니다. 처음에는 해주(海州), 다음에는 영변(寧邊)으로 옮겼다 강화(江華)에 봉안했습니다. 전화(戰火)가 꺼진후 실록을 다시 발간하는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1603년(선조 36년) 7월 시작돼 1606년(선조 39년) 4월 끝났습니다. 
  
 “이제 선(先) 왕조 실록의 교정을 끝냈고 개보(改補)도 마무리했습니다. 구건(舊件)은 모두 576권인데 새로 인출한 것은 4∼5권을 합쳐 한 권의 책으로 하기도 하고, 2∼3권을 한 권의 책으로 합치기도 해 신건(新件)은 모두 259권입니다. 신건과 구건을 통틀어 5건으로 계산하면 거의 1500여 권이나 됩니다. 선왕의 비사(秘史)는 지엄한데 허다한 권질(卷秩)을 한 곳에 둔다는 것은 지극히 미안한 일입니다. 외방의 사고에 나누어 보관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강화의 사각(史閣)은 작년에 수축했고 태백산(太白山), 오대산(五臺山), 묘향산(妙香山) 사각도 공사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관상감으로 하여금 봉안할 길일(吉日)을 간택해 아뢰게 한 뒤 외방의 경우 실록청 당상과 사관을 파견해 장마가 지기 전에 서둘러 봉안토록 하고 서울은 춘추관을 수축할 때까지는 병조에 봉안토록 하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 
  |  
  |  
  |  
  선조는 실록 봉안과 함께 실록 발간에 애쓴 관리들에 대한 논공행상을 윤허했습니다. 선조 39년(1606년) 4월28일의 기록입니다. 선조는 이날 춘추관에 명해 구인본인 전주본은 강화도 마니산(摩尼山)에 보관하고 새로 발간한 실록들은 춘추관을 비롯해 안동의 태백산, 영변의 묘향산에 분장케 했습니다. 아울러 초본 한 질은 강릉의 오대산에 보관하게 했습니다. 
  
 이 역사(役事)에 참가한 관원들은 위로는 영의정 이덕형(李德馨)을 비롯해 좌의정 기자헌(奇自獻), 우의정 심희수(沈喜壽), 홍문관 대제학 이호민(李好閔), 예조판서 이광정(李光庭), 지중추부사 이정귀(李廷龜), 병조판서 허성(許筬,) 사헌부 대사헌 박승종(朴承宗), 병조참판 신흠(申欽) 등이 망라됐습니다. 아래로는 춘추관 편수관編修官) 조응문(趙應文)·여유길(呂裕吉), 성균관 사예 지제교 겸 한학 교수(成均館司藝知製敎兼漢學敎授) 강홍립(姜弘立), 성균관 직강 겸 춘추관 기주관(成均館直講兼春秋館記注官) 여우길(呂祐吉) 등 모두 201명이 참여했습니다. 
  
 실록을 재간행할 때 4부 중 3부는 정본(正本)으로 인쇄했지만 전란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나머지 1부는 정본 인쇄를 하지 못했습니다. 최종 교정쇄본을 장정(裝幀)하여 정본을 대신하도록 했는데 이 교정쇄본이 오대산 사고에 보관됐습니다.  |  
  |  
  |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1913년 일제에 의해 동경제대 도서관에 반출됐습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화재로 대부분이 소실됐습니다. 화를 면한 실록 중 27책이 1932년 경성제대로 이관됐고 서울대 규장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실록 27책이 1973년 국보로 지정된 후 일본에 남아있던 47책이 2006년, 나머지 1책이 2018년 차례로 환수돼 총 75책이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왔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오대산사고본(本)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소개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을 1일 평창에서 개관했습니다. 박물관은 오대산 사고에 보관돼 있던 국보 실록 75책, 보물 의궤 82책을 포함해 1200여 점의 유물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현재 박물관에는 실록 75책 중 12책, 의궤 82책 중 24책 등 전시에 필요한 자료만 보관돼 있습니다. 나머지는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다고 합니다. 
  
 박물관은 1일부터 특별전 ‘오대산사고 가는 길’을 오는 7월13일까지 진행합니다. 오대산 사고의 설립과 운영, 쇠퇴 역사를 40여 점의 유물로 보여준다고 합니다. 
  
 4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대산 사고의 부활을 환영합니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  
  |  
 강원도민일보letter@kado.net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후석로462번길 22 ☎ 033-260-9610수신거부 Unsubscribe  |  
  |  
  |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이메일(letter@kado.net) 회신으로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