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35호 
2025년 5월 19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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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중 아닌 심사위원
  
 유세차에서 나오는 각종 소리가 선거철임을 다시금 각성시켜 주는 요즘입니다. 트로트 리듬에 맞춰 율동하는 선거운동원들,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 커다란 피켓을 흔드는 모습 등. 차량 위에서 분장을 한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마이크를 쥐고 “기호 00번”을 당부합니다.  
  하지만 유쾌한 흥 속에는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 듭니다. 선거가 아니라 예능 같고, 후보는 정치인이 아니라 퍼포머처럼 보입니다. 말보다는 리듬이, 공약보다는 안무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누가 더 잘 웃고 더 잘 흔들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현실 정치의 슬픈 자화상인 것 같네요. 깊이 있는 정책토론은 실종되고, 일방적인 지지 구호와 흠집내기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시선으로 보면, 이 역시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의 한 모습입니다. 무겁고 멀게만 느껴지던 정치가 거리로 나와 웃고, 춤추며, 국민에게 다가오고자 합니다. 진심이든 퍼포먼스든, 적어도 그들은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무대 아래 관중이 아니라, 심사위원이라는 점입니다. 누가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를, 그 겉모습 너머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흥겨운 거리의 분위기에만 취하지 말고, 그들이 나누는 말과 정책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유세차는 곧 지나가고, 투표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한 표가 거리의 흥겨움 뒤에서 진정한 우리의 뜻을 말해 줄 유일한 수단일지도 모릅니다.  <김영희 디지털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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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선거운동 첫 주말 강원 유세전 치열
 “차렷, 시민분들께 인사”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시작 이후 첫 주말을 맞은 17일, 춘천 풍물시장은 각 정당의 유세 열기로 들썩였습니다. 유세차의 로고송, 스피커를 통한 후보 지지 호소, 손팻말을 든 선거운동원들까지. 강원 정치권은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호소하는 ‘시장 밀착형’ 선거운동에 나섰고, 시민들은 지근 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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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너”
 “행복한 순간마다 떠오른 것들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춘천 후평초등학교 4학년 2반 담임 교사인 김지훤 씨는 매일 아침 반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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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올해 첫 오징어 조업
 “올해 제발 오징어 풍년이길...”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의 금어기 해제 후 첫 조업에 나선 강릉지역 채낚기 어선들이 입항해 모처럼 강릉 주문진항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들썩였습니다.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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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또 다른 생명 위해
 양구의 한 주민이 전신에 암이 전이되는 생명의 위기를 겪은 뒤, 지구 반대편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1300만 원을 기부해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정호은(67) 씨는 2019년 갑작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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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공이 써내려간 초상화
 [김진형의 책·읽·기] 어린 시절의 주름을 다시 꺼내 살핍니다. 후일담 소설은 자기 고백이자 청춘의 초상으로 읽힙니다.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면 여전히 아픕니다. 그럼에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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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의료 희망을 캐다] 나는 솔로 그 '광수'
  
 ‘제가 없으면 안 된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된 의사가 있습니다. 인제 기린면에서 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일반의 최현욱 씨다. 그는 지난 3월과 4월 SBS플러스·ENA에서 방영한 커플 매칭 프로그램 ‘나는솔로’에서 25기 광수로 출연했습니다. 거주지를 옮길 수 있느냐는 여성 출연자의 질문에 그는 “제가 없으면 안 돼서 이동은 못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지역의료가 처한 실태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인제 기린면 유일의 민간 1차 의료 의사로 한 해 2만6000명의 환자를 봤습니다.  촬영/편집 박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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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귀때기청봉 털진달래
  
 매년 이맘때, 한국의 고산(高山)을 곱게 물들이는 꽃이 있습니다. 털진달래입니다. 어린 가지와 잎 옆면에 보송보송 솜털이 나 있는데, 무리 지어 피어나면 산등성이 전체가 붉은 융단을 깐 듯 장관을 이룹니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고산 지대에 자생하는 토종 꽃인데, 강원도에서는 설악산 귀때기청봉이 유명합니다.
   해발 1578m, 귀때기청봉은 대청, 중청, 소청과 함께 설악산을 대표하는 고봉으로 통하죠. 멀리서 보면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우뚝 솟아오른 산세가 일품이어서 최고의 고산 조망터로 꼽힙니다. 귀때기청봉 비탈 능선에 올라서면,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1708m)이 손에 잡힐 듯 위용을 뽐내고,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서북능선 등 설악이 자랑하는 암릉군이 용틀임하듯 굽이칩니다.
   그런 고산의 비탈이 꽃밭으로 변한 황홀경을 목도하는 것은 산정에 오른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개화 시기가 또한 절묘합니다. 5월 중순 입산 통제가 해제되는 시기와 맞물려 만개하기 때문에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는 산객(山客)들을 환영하는 꽃 물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설악산 입산 통제가 끝나는 첫 주말에는 때맞춰 붉은 봄꽃의 향연을 보려는 발길이 전국에서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집니다.
   군락지는 귀때기청봉 피라미드 경사면의 사방에 드넓게 분포해 있습니다. 이따금 바윗돌까지 들어 옮길 듯한 거센 강풍과 비바람 악천후에 고스란히 맞서야 하는 고산의 급경사 비탈면에서 어떻게 이렇게 앙증맞은 꽃이 무리 지어 피어날 수 있는지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겨울 삭풍을 이겨낸 설악의 봄을 단장하기 위해 신이 점지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붉은 물감을 흩뿌린 듯 온통 선홍빛으로 물든 귀때기청봉 비탈면에 서서 일망무제 설악의 비경을 눈에 담는 것은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듯이 털진달래를 만나는 길도 만만찮은 고행을 감내해야 합니다. 한계령 정상의 휴게소를 들머리로, 최단거리 이동을 해도 편도 3.9㎞, 거의 10리에 가까운 가파른 비탈길 등산을 해야 합니다. 더구나 털진달래 군락지에는 거대한 너덜바위 지대가 버티고 있습니다. 귀때기청봉 너덜바위 지대는 국내 최대 규모에 속합니다. 거의 1㎞에 달하는 가파른 경사면을 크고 작은 바윗돌이 뒤덮고 있습니다. 스스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구간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느릿느릿 신중해야 하는 구간이 있어 쉬엄쉬엄 털진달래를 더 오래 감상할 수 있다고 하면, 그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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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모든 인형 춘천 착륙
 새들은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입니다. 땅을 걷고, 물속을 헤엄치고, 하늘을 날아 다닙니다. 새는 과거부터 인간 상상력의 원천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인형이 춘천을 흔듭니다.  |  
 
 동강국제사진제 지역 고유성↑
 동강국제사진제는 이번 강원도 사진가전 신설로 영월을 포함한 강원지역 사진예술의 고유성 확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사진제는 그간 영월지역의 고유성을 알리기 위해 영월 스토리텔링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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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과 클래식의 대화 ‘사색사계’가 관객 품으로
 한식과 양식의 조리법이 다르듯 국악과 양악은 음계가 다르기 때문에 전개 방식부터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서양 클래식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국악관현악은 조금 더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레퍼토리를 쌓아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서로 다른 두 스타일의 음악을 한 공간에서 대면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기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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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마지막 날. 매직아워. 낮이 밤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차는 호수를 끼고 느리게 달렸다. 빛은 삼악산 뒤로 사라지고 부지런한 별들이 반짝였다. 의암호 건너 카페는 노오란 빛을 가득 싣고 북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묵직한 독백으로 시작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 봉우리 //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 혼자였지 /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 잊어버려 /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 //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 이봐 /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 혹시라도 /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때는 /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 바다 //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 우리 땀 흘리며 가는 /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김민기(1951~2024년) 작사 작곡의 ‘봉우리’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해 선수촌을 떠나 집으로 가야 했던 무명의 선수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주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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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일찍이 혜주(惠州) 가우사(嘉祐寺)에 있었는데 하루는 발걸음이 가는 대로 송풍정(松風亭) 아래를 거닐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피곤해 침상에 가 쉬고 싶어졌다. 멀리 바라보니 정자는 아직 까마득한 나무 끝에 걸려 있어 ‘어떻게 해야 저기에 도달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여기에는 어째서 쉴 수가 없다는 말인가?’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이로 말미암아 낚시바늘에 걸렸던 물고기가 홀연 구속에서 벗어남을 얻은 것 같았다. 만약 사람들이 이런 이치를 깨닫는다면 전진하면 적에게 죽고 후퇴하면 군율에 따라 죽는 지경에 처한다 해도 충분히 쉬는 것도 무방하리라.” 
  
 동파(東坡) 소식(蘇軾·1037~1101년)은 1094년 광동 혜주에 유배중이었다. 그는 나들이길에 목적지를 정했기에 벅찼다. 하지만 그 목표를 버리자 낚시바늘에서 풀려난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졌다. 인생의 철리(哲理)를 터득한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 김민기의 ‘봉우리’와 동파거사의 송풍정 나들이가 오버랩됐다. 오늘도 나는 허상을 쫓은 것은 아닐까? 어째서 여기서는 쉴 수가 없다는 말인가…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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