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36호 
2025년 5월 26일(월)  |  
  |  
  |  
 이 ‘숲’은 왜 평화로울까
 요즘 다시 퇴근 후 까슬한 카펫에 엎드려 조용히 웃으며 과일을 따고, 옷을 갈아입고, 귀여운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봅니다. 아시나요? 닌텐도 스위치게임 ‘동물의 숲’입니다. 
 “그거 아직도 하세요?”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네, 현실보다 훨씬 살 만하거든요”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쳤을 때, 이 게임은 전염병만큼이나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양한 인간관계가 끊긴 상황에서, 화면 속 동물 친구들은 아침마다 다정하게 말을 걸어줬습니다. 무급휴직, 재택근무, 감정노동, 실직, 불황… 모든 것이 무너질 때 그곳만은 평안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팬데믹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많은 어른이 그 섬에 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성과’가 없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만, 이 게임에서는 하루 종일 꽃만 심어도, 낚시만 해도 칭찬을 받죠. 또 매일 게임 속 박물관을 구경합니다. 여긴 입장료도 없고,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거든요. 
  세상은 점점 더 경쟁적으로 변하고, 모두가 ‘진짜 어른’이 되기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어른’은 뭐길래, 다들 병원에 다니고 영양제와 수면제를 먹으며 버티는 걸까요? 회사에서는 슬퍼할 시간도 주지 않고, 하다못해 SNS에서는 웃긴 짤도 ‘타이밍 놓치면’ 뒤처집니다. 
  
 그 와중에 '동물의 숲'은 기다려줍니다. 어제 접속을 안 했다고 해서 혼내지도 않고, 오늘 아무것도 안 해도 이 섬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저를 반겨줍니다. 잡초 좀 자랐다고 삶이 망가지진 않는다며, 작은 삽 하나 쥐여주며 “다시 해보자”고 말해주죠. 
  게임 속 저의 캐릭터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바쁩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 안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현실에서는 소리 내 울기도 힘들지만, 동물 친구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풀립니다. 뜬금없는 게임 속 한마디에 안도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어릴 적 꿈꾸던 세상을 현실에서 찾지 못한 채, 다시 그 시절의 감정을 게임이라는 우회로로 복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루 종일 실적 압박을 받다가 집에 돌아와 물고기를 낚고, 무를 팔고,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르죠. “겨우 게임이잖아” 하지만 그 게임 속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안도감’이 있고, 아무도 혼내지 않는 ‘실패의 자유’가 있으며,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내 방식의 삶’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일본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2’ 메인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기사에 잠시 ‘동물의숲’을 떠올려봤습니다. <김영희 디지털콘텐츠부장> 
 
  |  
  |  
  |  
 스무살 단오...강릉단오제, 천년문화가 일어난다
 ‘에이야 에이야 얼싸 기화자자 영산홍’, ‘일년한번 오는우리님 보고파서 어이하나’, ‘단오날만 기다리네’. (영산홍가 중)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 무형유산 ‘2025 강릉단오제’가 오는 5월 27일부터 6월 3일까지 강릉 남대천 행사장에서 열립니다. 올해 주제는 ‘스무 살, 단오’인데요, 강릉단오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 2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새출발 하는 새내기 스무 살처럼 미래 천년을 준비하며 성장하는 한 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가 담겼습니다. 과거와 현재로의 여행 어떠실까요. 
 |  
  |  
  |  
 
"12.3 계엄 후 한달반 두문불출"
 한떄 시끄러웠던 '충암고 출신'의 김영식(67) 전 제1야전군사령관을 본지가 인터뷰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한심한 짓을 했을까’하는 생각에 잠들기도 힘들었다. 군(軍)을 그렇게 썼다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들게 했다"는 김 전 사령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전쟁영웅의 고령화, 이제는...
 6·25전쟁의 역사는 베트남전쟁의 아픔으로 이어집니다. 나라를 구한 영웅은 무관심 속에 방치, 이들 고통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올해 창간 33주년을 맞이하는 강원도민일보는 6·25전쟁 75년을 맞아 ‘살아남은 자의 외침’을 연재합니다. 
 
 
 
 
  |  
  |  
  |  
 
캡틴 손 ‘무관 사슬’ 끊었다
 소속팀에서나 국가대표팀에서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춘천출신 손흥민이 유럽무대 진출 15시즌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22일(한국시간)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SKT 해킹, 국가 인프라 경고등
 SK텔레콤 사이버 침해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었습니다.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은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관련된 악성코드 중 일부가 최초로 설치된 시점이 3년 전이라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  
  |  
  |  
 
 금강대기 전국고교축구 강릉서 열전 
 대한민국 축구 스타 발굴의 산실인 ‘2025 금강대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가 19일 개막식을 가지고 약 2주간의 대장정에 올랐습니다. 강원도민일보와 대한축구협회, 강원특별자치도축구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올해 대회에는 전국의 축구 강호 U18 40개 팀과 U17 31개 팀 등 71개팀이 출전해 고교 최강자를 가립니다. 경기는 강릉강북공설운동장, 강릉사천체육공원, 강릉원주대학교, 강릉강남축구공원 등에서 열립니다. 촬영/편집 박상동    |  
  |  
  |  
 
 모정탑(母情塔) 품은 성현의 산 '노추산'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와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사이 첩첩산촌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참으로 고명(高名)한 이름을 가진 산이 있습니다. 노추산(魯鄒山)입니다. 공자의 노나라와 맹자의 추나라에서 따왔으니, 범상치 않은 이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신라시대 설총과 조선시대 율곡 이이 선생이 이 산에서 수학하고, 마치 중국의 ‘공맹’처럼 학문을 크게 이루었기에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노추산 8부 능선쯤에 다다르면, ‘이성대(二聖臺)’라는 사당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두 분 성인, 설총과 율곡을 모신 곳입니다. 까마득한 산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지만, 지금도 해마다 이곳 이성대에서는 두 성인의 유덕을 기리는 제례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산 중턱에 사찰 암자가 있는 경우는 흔하지만, 노추산처럼 성현을 모신 사당이 있는 곳은 드물기 때문에 더 이채롭습니다.
   노추산이 있는 곳은 백두대간 마루금 언저리입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곳이죠. 국내 최대 규모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인 ‘안반데기’가 지척에 있고, 3000개 돌탑으로 유명한 ‘모정탑(母情塔)길’이 강릉 쪽 노추산 골짜기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또 수직 높이 127m에 달하는 인공폭포인 오장폭포와 정선아리랑 유적지로 널리 알려진 아우라지 또한 지근거리이니, 관광을 겸한 산행으로도 제격인 곳입니다.
   해발 높이는 1322m. 정선과 강릉 방향에서 모두 산행이 가능하지만, 정선의 구절리 절골이나 중동 입구에서 이성대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왕복 8∼10㎞ 정도 코스를 많이 이용합니다. 이성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탁월하고, 너덜바위길 등을 지나는 산행 재미가 더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두메산골, 두문동에 숨어사는 선비 같은 산이어서 만나러 가는 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봄·여름에는 모정탑길 일원을 중심으로 녹음이 우거져 푸른 물로 목욕할 것 같은 청량감을 선물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요란한 잔치판을 벌이니, 이동의 수고는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덧붙여 노추산 동쪽에는 ‘사달산(四達山)’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산이 또 있는데요. 네 명의 득도자가 나올 것이라고 해 그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곳 노추산·사달산에서 설총 선생과 의상대사, 율곡 선생까지 3명이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고, 나머지 한 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하니 학문을 좋아하고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한번 새겨볼만 합니다. 먼 옛날 조선시대에 선비들의 발길이 이 심산유곡으로 이어졌던 것도 그런 이유 아닐까요? <최동열 강릉본부장>  |  
  |  
  |  
 
 “내 장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산 자의 부고장이 날라왔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살아있을 때 웃으며 그를 보내줄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박정자(83)가 스스로 장례식을 미리 열었습니다. 
  |  
 첼로 인생 50년을 켜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인 양성원 첼리스트의 첫 음을 듣는 순간부터 달랐습니다. 첼로의 음색은 절벽에서 떨어지듯 절망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솟구치는 용기를 표현해냅니다.   |  
  |  
  |  
 춘천도심이 인형극 무대가 되다
 24일 춘천인형극제의 상징인 대규모 퍼레이드 행진 ‘퍼펫 카니발’을 진행됐습니다. 이날 축제극장 몸짓에서 출발해 춘천시청까지 약 50여 분간 이어진 퍼레이드에는 1000여 명의 예술가와 시민들이 참여해 장관을 이뤘습니다. 가족과 친구 등 시민들이 팀을 직접 꾸려 행진에 녹아든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  
  |  
 
 '찔레꽃' 그리움으로 피어난 하얀 꽃잎
   
 신록의 바다에 점점이 뿌려진 하얀 눈부심!
   오월이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꽃이 있습니다.찔레꽃입니다.화사하지만 ‘명랑’과는 거리가 먼,들여다볼수록 아득히 먼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꽃.찔레꽃 DNA엔 유년의 추억과 그리움,아픔을 줄줄이 소환하는 마력이 있나 봅니다.
   어떤 분은 찔레꽃을 가난과 배고픔으로 기억합니다.보릿고개를 힘겹게 넘던 시절,들녘과 야산을 하얗게 물들이던 찔레꽃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웠을 테지요.그러고 보니 꽃말마저 ‘그리움, 고독’이네요.
   노래에서조차 찔레꽃은 아프고 서럽습니다. 
  
 장사익은 ‘하얀꽃 찔레꽃/순박한 꽃 찔레꽃/별처럼 슬픈 찔레꽃/달처럼 서러운 찔레꽃/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라며 찔레꽃을 순박함,슬픔,서러움으로 표현했습니다.1975년 이연실이 발표한 찔레꽃은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로,배고픔과 그리움을 절묘하게 엮었습니다.일제 강점기인 1941년,백난아가 불러 국민가요가 된 찔레꽃은 ‘남쪽나라 내 고향’과 ‘못 잊을 사람’을 사무치게 그리워합니다. 
  
 이해인 수녀가 그의 시를 통해 ‘오랜 세월 남모르게/내가 쏟은/하얀 피’라고 했던 찔레꽃은 사포닌과 비타민C,아미노산,탄닌,지방산 함유량이 높습니다.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줄기와 꽃,뿌리,열매(영실)는 약재로 씁니다.효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 믿기지 않을 정도.꽃을 차로 달여 마시면 기미와 주근깨 완화,피부건강 개선 및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특히 열매는 산후풍,산후 골절통,생리통 등 여성 관련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찔레꽃을 무엇으로 어떻게 정의할지는 각자의 몫입니다.아픔,그리움,아련한 추억….다 좋습니다.괜찮습니다.그러나 이듬해 오월엔 아픔보다는 희망의 이미지로 찔레꽃을 만나고 싶습니다.바란다고 다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강병로 전략실장>  
  |  
  |  
  |  
 강원도민일보letter@kado.net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후석로462번길 22 ☎ 033-260-9610수신거부 Unsubscribe  |  
  |  
  |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이메일(letter@kado.net) 회신으로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