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5호
2024.10.2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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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분을 뜻합니다. 단순히 학생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선생의 개념만이 아니라 삶의 교훈을 주고 올바르게 인도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다산의 재발견(2011)’이라는 책을 보면 정약용의 제자 중 황상의 이야기를 자세히 담고 있습니다. 정약용은 강진에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는데, 15살이 된 황상을 만났습니다.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들을 통해 황상은 정약용 선생이 특별히 아끼고 사랑한 제자였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견서여시(見書與詩)’에 보면 “황상을 열흘 만에 제자로 받아들였으며, 여러 제자 중에 학문, 인품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아끼는 제자”라고 나와 있습니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며, 또 부지런할 수만 있다면 학문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해 주자 황상은 이를 ‘삼근계(三勤戒)’라고 부르며 평생 신조로 삼았다고 합니다. 또한 다산의 장남인 정학연도 황상에게 서찰을 보내는 데 ‘황상과 그의 자식, 그리고 우리형제 세 집안은 죽을 때까지 변치 말자’는 내용의 정황계첩(丁黃契帖)을 지어 두 집안의 우정을 다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5~6학년 제 담임이었던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초임 교사로 시골 작은 학교로 발령받아 오셨던 그분과 저도 편지 아닌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습니다. 매일 일기 검사를 하던 그 시절, 선생님께서는 꼭 두세 문장 혹은 그 이상의 글을 제 일기 말미에 써주셨습니다. 일기 속 저의 고민에 공감해 주시고, 저의 작은 감정적 변화를 알아봐 주시며 응원도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제게 맞는 도서를 추천해 주시기도 했고, 저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꼬집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담임 선생님의 영향으로 저는 좀 더 단단해졌고,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코멘트를 보기 위해 하루하루 일기를 더 열심히 썼던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규직 교사들의 담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을 상대로 한 ‘감정노동’의 강도가 높아진 영향이라고 합니다. 씁쓸한 이 현상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교실에서 하루 종일 선생님과 수업하고 이야기하고 함께 밥 먹으며 울고 웃던 그때가 새삼 그립습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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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분까지 ‘조국의 품으로’
총 315구. 육군 12사단이 지뢰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고 지난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작전에서 발굴한 유해 숫자입니다. 많은 수의 유해가 발굴됐지만 치열한 전투가 이뤄졌던 인제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쪽에는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해가 더 많습니다. 70년 넘게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는 호국 용사의 유해가 돌아오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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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아닌 미등록외국인
인구소멸이 급가속화 하며 일할 사람이 없는 강원도에서 더이상 배척할 수만은 없는 존재가 된 불법체류자들. 특히 제조업, 건설업, 농업과 같은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이들은 필수노동력이 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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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비 대납' 미담 봇물
지난 17일 강원도 원주에서도 식사 중이던 병사는 청년 2명이 밥값을 대신 결제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병사가 감사인사를 전하자, 청년 2명은 자신들은 예비역이라며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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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첫 눈'
19일 오후 7시 30분쯤 설악산 대청봉 등 고지대에 올해 첫 눈이 관측됐습니다. 올 첫 눈은 2023년 10월 21일보다 2일 빠르고 2022년 10일 대비 9일 늦었습니다. 늦가을 산행을 준비하는 등산객은 기온차가 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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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휴식의 길을 걷다
유난히 기승을 부리며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한여름 더위의 기세도 속절없이 꺾이고, 어느덧 선선하다 못해 찬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이 스칩니다. 이른 봄부터 초록색으로 반짝이던 들녘도 추수가 끝나 텅 빈 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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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술 대신 차가운 물을
다시 책을 찾게 된 이유는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책을 ‘물’, 영화를 ‘술’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영화는, 사람을 뜨겁게 하는 ‘술’입니다. 반면 책이 ‘물’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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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날아온 BTS팬
칠레에서 온 카트린 셀리스씨는 “군인인 제이홉의 모습과 아미인 나의 모습을 직접 인형으로 만들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17일 원주 36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진행된 제이홉의 전역식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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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낭만' 횡성호수길 걷기
지난 19일 가을을 맞아 단풍으로 물든 횡성호수길에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와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만끽하며 주말을 보냈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은 선선한 가을바람 속에서 호수 주변을 걷는 코스로 구성되었습니다. 호수를 감싸듯 펼쳐진 산과 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관은 참가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고,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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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옛길
영동과 영서 지역을 가르는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에는 여러 군데 고갯길이 있습니다. 그 고갯길 가운데 통행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강릉과 평창 사이 ‘대관령’입니다. 해발 832m. 높이로만 보자면,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대간 등줄기 가운데는 현저히 낮은 표고에다 동해안에서 가장 큰 도시인 강릉을 수호하듯 병풍처럼 둘러친 지리적 위치 덕분에 유사 이래 국토의 동·서를 연결하는 대표 관문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관령 일원은 산의 생김새도 백두대간의 다른 산줄기와는 완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곳 산줄기는 대부분 흙산입니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느낌이죠. 거친 바위를 타고 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걸어서 고개를 넘는 사람들에게는 고맙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대관령에 관문, 요지 길목을 뜻하는 ‘관(關)’ 자가 붙고, 대령(大嶺), 대관(大關) 등의 별칭으로 불린 이유를 알만 합니다.
대관령에는 ‘옛길’이 있습니다. 지금은 인마(人馬)를 옮기던 기능은 사라지고, 등산·탐방로로만 사용됩니다. 전체 길이는 대략 편도 7.9㎞. 산 아래 대관령박물관 주차장에서 정상의 국사성황당까지 거리입니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대관령박물관∼반정까지 편도 6㎞ 구간입니다. 반정은 고갯길의 절반 지점을 말하는데, 사실은 거의 정상 8부 능선 쯤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곳까지만 올라도 대관령 옛길의 매력을 만끽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큰 관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옛길에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차고 넘칩니다. 신사임당은 고갯길 중턱에서 멀리 강릉 북촌을 돌아보며 친정어머니를 그리는 사친시(思親詩)를 남겼고, 조선의 화원 김홍도는 아흔아홉굽이 고갯길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옮겼습니다. 백성들이 험한 고갯길을 더 편하고 안전하게 넘도록 하기 위해 길을 넓혔다가 외적이 침입하는 통로가 됐다는 이유로 사후에 부관참시라는 극형을 당한 관찰사 고형산(高荊山) 이야기, 사재(私財)를 들여 대관령 반정에 주막 등 유숙처를 세운 강릉의 향리 이병화(李秉華)를 기리는 불망비에 담긴 애민·휼민(恤民)의 정은 나그네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대관령 계곡과 고갯길은 지금 단풍 잔치 준비가 한창입니다. 솔향에 취하고, 단풍에 홀리고, 역사에 젖고 싶다면 이 가을 대관령 옛길을 찾을 일입니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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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오게 만들어"
“내 음악은 그 바우키스의 변신의 순간에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들에 귀 기울이기입니다. 그 순간을 이루고 있던 오래된 소리를 발견하는 것입니다.”(소설 ‘바우키스의 말’ 중)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시상식이... |
"동해 아름다움 녹이려 노력"
강릉·양양·인제 등 강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 ‘폭설’이 개봉에 앞서 강릉지역 관객을 먼저 만났습니다. 영화 ‘폭설’ 시사회가 지난 16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윤수익 감독과 한해인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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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에 물들고 국수 맛에 빠진다
강릉의 또 다른 수식어 ‘미식의 도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며 탄탄하게 쌓아 올려진 미식 문화를 기반으로 강릉시는 지난해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미식 분야 가입이 승인됐습니다. 올해부터 회원도시로서 본격 강릉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창의적인 미식 문화의 확장을 통한 관련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제관광도시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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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위 살포시 앉은 보랏빛 유혹 '가지버섯'
습기와 바람, 그리도 낙엽! 여기에 햇볕 조금 보태면 들불처럼 번지며 가을 숲을 점령하는 버섯. 계곡 전체를 뒤덮을 기세로 포자를 퍼뜨리는 이 버섯은 야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왠지 모르게 친근함을 느낍니다.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형태가 위협적이지 않고 포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지요. 햇볕의 강도에 따라 회백색(연기) 또는 짙은 보랏빛을 띠는데 습기가 많은 산기슭과 계곡 근처에 무리 지어 발생합니다. 특이하게도 낙엽 표면에 뿌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으며 기온 등 큰 변화가 없으면 같은 장소에서 매년 볼 수 있습니다. 가지 버섯입니다.
찬바람이 이는 늦가을 무렵, 숲 언저리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가지버섯은 서민 식탁에 자주 오릅니다. 번식력이 강하고 무리 지어 자라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푸짐하게 딸 수 있지요. 식감이 부드럽고 독성이 거의 없어 배춧국과 된장찌개, 볶음, 잡채 요리에 잘 어울립니다. 김장 무를 채 썰어 이 버섯과 함께 볶으면 치아가 불편한 어르신들의 한 끼 밥상으로 안성맞춤! 향과 맛, 식감은? 매끈합니다. 쫄깃하기보다는 씹히는 느낌이 있는 정도. 향은 은근하고 맛은 부드럽습니다. 향과 질감은 느타리와 비슷합니다.
늦가을 시골 5일장 한 귀퉁이를 풍성하게 만드는 이 버섯은 식재료는 물론 다이어트와 건강보조식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 간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이로우며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빈혈을 예방합니다. 버섯 산행이 절정에 이르면 꾼들의 몸은 놀랍게도 날아갈 듯 가뿐해집니다. 왜일까요. 고되고 거친 산행을 통해 몸에 축적된 노폐물을 모두 배출하기 때문이지요. 반면, 가지버섯엔 힘들이지 않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당연히 혈액순환과 피부미용에 좋겠지요.
다이어트에서부터 혈압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인체에 두루 이로운 가지 버섯은 모든 버섯이 그렇듯 한 철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땅 어딘가에 자신의 둥지를 틀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균류의 세계. 그러나 버섯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도 없지 않습니다. 기후변화! 전쟁이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듯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지구촌의 절대강자인 균류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ESG는 버섯생태계에도 필요해 보입니다.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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