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58호 
2025년 10월 27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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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세상은 모르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말이 많아집니다.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도 ‘가르치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유튜브에선 인생을, SNS에선 철학을, 회의실에선 세상을 가르칩니다. 클릭 수만 많아도 전문가가 되고, 직급만 높아도 조언자가 되는 거죠. 
  
 이른바 ‘가르침의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회사에선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해 “그땐 말이야”로 끝나는 말들이 반복됩니다. 그들이 해봤던 ‘그때’는 이미 오래전이고, 지금의 현실은 완전히 다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확신을 포장해 자꾸만 전달하려고 합니다. 결국 가르침의 권위는 남아 있지만, 배움의 겸손은 자취를 감춘 듯합니다. 더 놀라운 건 그들이 그리고 저 또한 “요즘 애들은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요즘 세상을 배울 생각은 단 1g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AI 시대에도 인간의 오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은 학습을 멈추지 않는데, 인간은 배우기를 멈춘 채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검색창 앞에서는 겸손하지만, 사람 앞에서는 여전히 단정적인 모습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가르칠 때 조직은 경직되고, 사회는 오만해집니다. 반대로 ‘나도 잘 몰라요. 같이 생각해 볼까요’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날 때, 세상은 조금씩 유연해집니다. 결국 가르침의 자격은 지식이 아니라 겸손에서 시작되는 것이죠. 
  
 떠오르는 말이 있네요. 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를 아는 것이 곧 지혜의 시작이다’... 이 짧은 문장은 오늘의 우리 사회에 가장 오래된 경고이자 가장 새로운 통찰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진짜 위험한 건 무지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아는 줄 아는 무지’인 것이죠. 그 확신은 조직을 경직시키고, 사회를 단순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복잡함을 모르는 이가 단호하게 말할 때, 배움은 죽고 권위만 남게 될 것입니다. 진짜로 아는 사람은 쉽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세상의 복잡함을 알기에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알기에 쉽게 훈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누가 더 많이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배우려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진짜 아는 사람은 묻고, 듣고, 스스로를 수정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떠드는 세상에서, 침묵은 어쩌면 가장 큰 지식의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 그럴까요? <김영희 디지털콘텐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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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철 경유역 6곳 ‘교통·경제·인구’ 새 지도 그린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각 구간 공정이 본격화되면서 동서철도 구간을 관통하는 도내 경유역 6곳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개발작업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역세권 개발사업은 각 철도 역사를 중심으로 도심 개발계획 등과 맞물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민간 투자 중심의 역세권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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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던 비, 이제는 원망스러워” 
 “추석 때만 해도 비가 반가웠죠. 이렇게 오래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난 여름 가뭄으로 농작물이 마르는 피해를 입었던 강릉 지역 농민들이 이번에는 그치지 않는 가을비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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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60cm" 말벌집 제거작전
 양양의 한 연수원에서 대형 말벌집이 발견돼 소방관이 출동해 제거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20일 강현면 코레일 낙산연수원에서 대형 말벌집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강현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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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빛 물든 철원의 밤
 철원군이 노동당사와 삼부연폭포 및 오룡굴의 미디어아트에 대한 야간관광 활성화로 천만 관광객 유치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철원 노동당사와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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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벌써
 강원도내 대부분 지역의 아침 기온이 한자리를 기록하면서, 가을 맞이 준비를 하던 시민들의 옷차림이 한껏 두꺼워졌습니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했는데 겨울을 상징하는 붕어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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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 80주년을 맞아 참가자 규모를 기존 100명에서 300명으로 확대해 개최된 ‘2025 백두대간 향로봉 트레킹대회’에 대회 첫 참가부터 7회 연속 참가까지 각지에서 평화 산악인이 모이며 전국 단위 트레킹 행사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했습니다. 향로봉 비무장지대(DMZ) 트레킹 구간은 1년에 단 한번, 백두대간 향로봉 트레킹대회 때만 일반인들에게 임시 개방되고 있습니다. 촬영/편집: 박상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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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잎차로 감기 예방 '산국'
  
 골치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시지요?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정보가 개인의 일상을 뒤흔들고 공공 정보마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소통의 시대가 아닌 단절과 불신의 시대! 생각이 많아지면서 신경이 곤두서고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불면증에 시야는 흐려지고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집니다. 탈출구도 여의치 않지요. 벗어나고 싶으나 움직일수록 고단한 세상입니다. 
  
 어느덧 만추(晩秋)! 인간세상과 달리 자연계는 흐트러짐 없이 제 길을 걷습니다. 양지쪽 둔덕엔 가을 햇살을 머금은 산국이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벌 나비를 유혹하는 향기가 산기슭에 흥건합니다. 봉래화(逢萊花),야국화,향엽국,암향국,개국화,황국 등 여러 이름을 가진 산국은 가을의 진객(珍客)입니다. 봄철엔 어린 움을 나물로 먹고,여름과 가을엔 잎과 꽃을 유용하게 쓰지요. 엄동설한 겨울철에 캔 뿌리는 약재로 활용합니다. 동의학사전과 한국본초도감,방약합편 등에서는 산국이 두통과 어지럼증, 혈압을 내리는데 효험이 있다고 전합니다. 
  
 잎과 꽃 뿌리를 모두 활용할 수 있지만 약성과 영양성분은 꽃이 으뜸입니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비타민,미네랄을 다량 함유한 산국 꽃은 인체 방어능력을 높이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젊고 건강한 몸을 유지해 줍니다. 이러한 효능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과 고혈압,동맥경화,협심증,심장질환,장염 치료와 결핵균 및 각종 바이러스 억제제로 널리 이용됐습니다. 민간에서는 산국효소로 숙취를 해소하거나 두통을 치료했습니다. 꽃잎을 우려낸 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감기를 예방하는데 널리 쓰였지요. 
  
 산국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입니다. 온갖 술수와 사기,기만,협잡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세상에서 ‘순수’를 꿈꾸는 것이 가당키나 한지는 모르겠으나 그립기는 합니다. 산국을 앞세워 ‘순수하게 살기’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싶은 계절. 단잠을 자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세상이지만 산국의 기운을 빌린다면… 글쎄요. 베개 속에 산국 꽃을 넣으면 잠이 잘 온다는데… 한번 해보시지요. 넉넉한 가을하늘과 들녘도 품어보시고. <강병로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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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사람이야기 용기 내 썼다”
 “소설의 화자 해숙을 좋아합니다. 이 사람은 너무 많이 슬퍼 본 적이 있기에 많이 슬프지 않고 조금 슬픈 것을 다행이라 여기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 이주란 작가...   |  
 
 “AI는 문학 대체 불가”
 “AI(인공지능)는 문학과 작가를 대체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인간은 뇌로만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온몸으로 직관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인도 출신의 세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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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예술의 강이 흘렀다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사와 존중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전국의 유망 작가들부터 양구의 백자까지, 각기 다른 흐름이 춘천에서 만나 예술의 강을 이뤘습니다. 강원도민일보가 주최하고 강원행복시대가 주관한 ‘2025 에코아트페어 Flow’의 개막 행사가 24일 강원디자인진흥원에서 열렸습니다. 작가 62명이 300여점의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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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사년 1905년 조선이 망했다. 바로 120년 전 일이다. 
  
 11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조선을 왔다. 고종은 10일 그를 접견하고 일본 국서를 받았다. 
  
 그가 서울에 도착하자 민심이 흉흉해져 모두 변란이 일어날까 걱정했다. 총칼로 무장한 일본군이 왕이 있는 경운궁을 에워싸고 대포까지 설치했다. 
  
 11월21일 밤 이토가 어전에 들어가 다섯 개 조항으로 이뤄진 신 조약을 내놓고 서명을 요구했다. 고종은 벌벌 떨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참정대신 한규설(韓圭卨·1848~1930년)이 분노해 말했다. “나라가 망하더라도 이 조약은 허락할 수가 없다.” 고종은 개미 소리로 “이것은 외부(外部)의 일이니 대신에게 물어야 한다.” 
  
 외부대신이 주사를 불러 직인을 가져오게 하여 찍게 했다. 임금은 찍지 않았고 한규설도 찍지 않았다. 
  
 외부대신 이하 각 부 대신들만 찍었다. 내부대신 이지용(李址鎔), 외부대신 박제순(朴齊純), 군부대신 이근택(李根澤), 학부대신 이완용(李完用), 농부대신 권중현(權重顯). 을사 오적(五賊)이다. 이 조약으로 일본은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고 통감부를 설치해 실질적인 식민 통치에 들어갔다. 
  
 내부대신 이지용이 궁궐에서 도장을 찍고 나오면서 말했다. “나는 오늘 최지천(崔遲川)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아니면 나랏일을 누가 하겠는가?” 
  
 병자호란(1636년) 당시 주전파와 달리 청나라와 화친을 도모했던 지천 최명길(崔鳴吉·1586~1647년)의 호를 거론하며 변명하고 자기 합리화를 했던 것이다. 
  
# 한규설의 이름 없는 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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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택과 한규설은 사돈지간이었다. 한규설의 딸과 이근택의 아들이 결혼했다. 두 사람은 을사년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것이다. 양가가 혼사를 맺던 날 한규설의 딸은 그동안 친정에서 자신을 돕던 여종을 데리고 시집을 갔다. 
  
 이근택이 을사늑약 도장을 찍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와 땀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다행히 죽음을 면했소!” 한규설의 여종이 이 소리를 듣고 서슬이 시퍼런 부엌칼을 들고 나와 꾸짖었다. 
  
 “이근택, 이놈아! 네가 대신까지 했으니 나라의 은혜가 얼마나 큰데 나라가 위태로운 판국에 죽지도 못하고 도리어 ‘내가 다행히 살아났다’고 하느냐? 너는 참으로 개나 돼지보다도 못하다. 내 비록 천한 종이지만 어찌 개, 돼지의 종이 되고 싶겠느냐? 내 힘이 약해서 너를 반 토막으로 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 
  
 이 여인은 한걸음에 뛰어 본가인 한규설의 집으로 돌아갔다. 한 여인의 기개와 정신이 나라를 팔아 먹은 한 나라 대신의 간담을 떨게 하고도 남았다. 
  
 을사늑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전 참판 홍만식(洪滿植·1842~1905년)이 약을 먹고 자결했다. 시종무관장 민영환(閔泳煥·1861~1905년))이 11월4일 스스로 목을 찔러 숨졌다. 특진관 조병세(趙秉世·1827~1905년)가 약을 먹고 자결했다. 앞서 5월 영국주재 런던 공사관의 참서관 이한응(李漢應·1874~1905년)이 망국의 모습을 보다못해 현지에서 자결 순국했다. 
  
# 망국의 창부(娼婦) 이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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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듬해 1906년 내부대신 이지용이 특파 대사로 일본을 갔다. 이토 히로부미의 조선통감 유임을 요청하는 임무를 맡아 바다를 건넌 것이다. 당시 이지용의 아내 홍씨가 이름을 이홍경(李洪卿)으로 작명했다. 여성들에게 성(姓)만 있고 이름이 없던 시절이다. 남편과 자신의 성에 벼슬 경(卿)을 붙여 이름을 지었다. 
  
 그녀는 총명하고 미색도 갖추고 있었다. 이지용은 원래 허랑방탕(虛浪放蕩)해 고종으로부터 자주 질책을 들었다. 일찌기 이홍경이 왕궁을 드나들며 고종 후궁인 엄비(嚴妃)의 힘을 빌려 왕의 마음을 바꾸니 남편 이지용이 출세했다. 
  
 이홍경은 일어와 영어도 잘했다. 양장 차림으로 이지용의 손을 잡고 한낮에 거리를 활보했다. 인력거를 타면 담배를 피워 물고 우쭐거리며 달렸는데 장안의 사람들이 차마 보지 못해 얼굴을 돌리고 눈을 가렸다. 
  
 그녀는 일본의 고위관리 여러 명과 정을 통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어느날 일본으로 귀국하니 이홍경이 배웅을 나와 진한 키스를 했다. 일본 관리가 자신을 배반하고 다른 남자에게 간 그녀의 혀를 깨물었다. 이홍경은 고통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뒤 사람들이 ‘작설가(嚼舌歌)’를 지어 그녀의 난잡함과 천함을 비웃었다. 
  
# 을사오적에 침을 뱉은 산홍(山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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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창부수(夫唱婦隨). 그 아내에 그 남편이었다. 
  
 진주기생 산홍(山紅)이 재주와 미모가 뛰어 났다. 이지용이 천금을 주고 첩으로 삼으려 했다. 평소 의기(義妓) 논개(論介)를 흠모하던 산홍은 단칼로 거절했다. 
  
 “세상에서 대감을 오적의 우두머리라고 합니다. 첩은 비록 천한 창기지만 어찌 역적 놈의 첩이 되겠습니까?” 
  
 이지용이 화를 크게 내며 산홍을 때렸지만 그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년)이 이 이야기를 듣고 시를 지으니 조선 팔도에 산홍의 이름이 별처럼 빛났다. 
  
 ‘온 세상 모두 다투어 나라 팔아먹은 놈 좇아(擧世爭趨賣國人) / 노복과 계집종처럼 굽신거리느라 날마다 바쁘구나(奴顔婢膝日紛分) / 그대들 금과 옥이 지붕보다 높더라도(君家金玉高於屋) / 산홍의 일편단심은 사기 어려우리라(難買山紅一點春).’ 
  
 120년 전 이토 히로부미의 뇌물을 받아 먹고 나라를 팔아 먹은 을사년 오적과 함께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세 여인을 기억한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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