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66호
2025년 12월 22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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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다가오면 저는 늘 팥죽 속 새알처럼 동그랗게 부어 있던 두 볼의 기억부터 떠올립니다. 난로 앞에 있어도 좀처럼 녹지 않던, 겨울의 차가움을 그대로 머금은 양 볼 말입니다.
어릴 적 고향 시골 동네는 동짓날이면 늘 부산했습니다. 동네 어른들 몇 분이 모여 마당에 가마솥을 걸고 팥을 삶았고, 그 냄새가 골목길을 어스름하게 채우기 시작하면 ‘아, 이제 겨울이 제대로 왔구나’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동짓날이면 “오늘이 해가 제일 짧은 날이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말의 정확한 뜻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해가 짧으니, 하루가 괜히 빨리 끝나는 것 같아 아쉬웠고, 그래서 더 오래 깨어 있고 싶었던 날로 기억됩니다.
해는 짧고 날은 차가웠으며, 한 해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 한편은 든든했습니다. 팥죽 한 그릇이 온 집안에 가득한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밥상에 오른 식구들 몫 말고도 마루와 장독대에 조금씩 떠다 놓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미신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소박한 의식 덕분에 우리는 굳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불안을 음식으로 달래는, 꽤 인간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팥죽은 늘 생각보다 뜨거웠습니다. 입천장을 데고 나서야 조심성이 생겼고, 그제야 천천히 불어가며 먹는 법을 배웠습니다. 돌아보면 동지는 늘 그런 날이었습니다. 서두르면 다치고, 천천히 가야 제맛을 아는 날이었습니다.
살다 보니 동지는 점점 달력 속의 글자가 되었습니다. 팥죽은 사 먹는 음식이 되었고, 해가 짧아졌다는 사실은 휴대전화 날씨 앱이 알려줍니다. 그럼에도 이날이 오면 저는 여전히 잠시 멈추게 됩니다. 해는 가장 짧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다시 길어진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인생도 꼭 그렇습니다. 바닥을 찍어야 반등이 시작된다거나, 최악 다음에는 차선이 온다는 식의 교훈을 굳이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동지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설명이 됩니다.
동지는 거창한 다짐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 해를 반성하라거나, 새 출발을 선언하라고 재촉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여기까지 잘 버텼다고, 이쯤이면 충분하다고 말해줍니다. 팥죽 한 숟갈에 담긴 위로처럼, 인생도 때로는 그렇게 소박하게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해는 짧지만 마음까지 줄어들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짧은 날을 이미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절반쯤은 이미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영희 디지털콘텐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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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부산 ‘3시간대’ 주파
강릉~부산을 3시간 대에 주파하는 KTX-이음이 오는 30일 운행을 시작, 동해안 권역을 아우르는 광역 교통 시대가 개막합니다. 지난 1월 동해선(ITX-마음)이 개통한데 이어 경북·동남권과 더욱 가까이 연결돼 동해안권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에 따라 KTX-이음 기준 부전~강릉 운행 평균 소요시간은 3시간 54분으로 줄어들어 기존 ITX-마음 운행 소요시간(5시간 4분) 보다 약 1시간 10분 단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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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기본소득 재정 30% 분담한다
강원도가 정선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도비 분담률을 기존 12%에서 30%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예산 분담을 둘러싼 이견이 수습되면서 사업 제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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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가족에 작은 위로되길"
“저희처럼 장애 자녀와 함께 사는 군인가족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군인가족 생활수기 공모전에서 생활수기 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혜선 씨가 16일 상금 150만 원을 전액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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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의 습격
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로 한겨울 원주에서 돌발해충이 대량 발견,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본지 취재 결과, 최근 원주기업도시 공원 내 대왕참나무 가로수 약 30그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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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곳곳 ‘밀실’ 룸카페 버젓
룸카페에서의 청소년 일탈 및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고시를 개정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이를 어긴 룸카페가 성업하고 있습니다. 16일 찾은 춘천의 한 룸카페. 무인으로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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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의 문화적 가치를 문학으로 계승하고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아리랑 신인 공모상 시상식이 16일 정선 아리샘터 다목적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정선과 정선아리랑문화재단, 강원도민일보가 공동 주관한 이날 시상식에서는 단편소설 부문 손현철(60) 씨와 시 부문 송이후(본명 송인덕·39) 씨에게 상패와 함께 각각 상금 1000만원, 500만원이 전달됐습니다. 단편소설 부문 손현철 씨는 ‘기내지를 모으는 남자’, 시 부문 송이후 씨는 ‘강물의 문법’을 출품해 당선작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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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가을까지 아낌없이 주는 '노박덩굴'
눈 덮인 겨울 산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나무가 있습니다. 금빛 보료에 앉아 붉은 열정으로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나무!노박덩굴이지요. 앙상한 가지에 촘촘히 달린 열매는 새순이 올라오는 이른 봄까지 새들을 유혹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나무는 4계절 어느 한순간도 쉴 틈이 없습니다. 이리 휘고 저리감기며 덤불을 이루는 노박덩굴은 봄부터 가을까지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줍니다. 초봄의 어린 순은 나물로,가지와 뿌리는 약재로, 열매는 새의 먹이와 치료제로 쓰입니다. 용처가 다양해 민간에서는 오랜 세월 상비약으로 쓰였고.
알려진 효능은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혈압을 낮추고 동맥경화를 예방합니다. 손발이 저리거나 수족 냉증을 치료하는데,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줄기와 뿌리, 열매를 모두 약재로 쓰는데 한방에서는 여성의 생리통을 개선하는데 으뜸이라고 말합니다.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커 관절염, 근육통, 허리통증, 치루, 치질 치료에도 널리 사용되지요.어린잎은 독성을 우려낸 뒤 나물로 무쳐 먹습니다. 늦가을에 익는 열매는 관상 가치가 높아 조경수로 인기가 높습니다.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미래를 분석하는 글과 말이 넘칩니다. 그 중 미국 마우로 기옌 교수가 발표한 ‘2030 축의 전환’이라는 책 내용이 솔깃합니다. 그는 책에서 “2030년에는 60세 이상이 가장 활기찬 삶을 누릴 것”이라며 “전 세계 자산의 50%,미국 자산의 80%를 이들 노년 세대가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삶의 질 또한 높아져 이즈음의 70대는 현재 50대가 누리는 만큼의 신기술 혜택과 생산적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풍요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지요.
노박덩굴을 보노라면 ‘다산’과 ‘풍요’의 의미가 실감 납니다. 넝쿨로 뻗어 나가며 덤불을 이루는 수형은 그 자체로 산을 이루지요. 나무 한 그루가 숲 전체를 풍성하게 합니다. 열매는 다산의 상징으로, 나무줄기 사이를 빼곡히 채우고도 남을 황금빛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채 한해를 갈무리합니다. 사람의 숲은 어떤가요.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연의 숲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숲이 노박덩굴의 생존지혜를 배웠으면 합니다. <강병로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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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건너는 여덟 시선
여덟 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지역의 기억과 감각을 품고 춘천에 모였습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아왔지만, ‘같은 역사의 시간 속을 살아가는 동료’라는 인식으로 한 자리에 선 이들이... |
대관령음악제가 키운 차세대스타
젊은 연주자들이 공연을 통해 전문 연주자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영 아티스트 콘서트’가 18일 서울 페리지홀에서 열렸습니다. 영 아티스트 콘서트는 대관령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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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사운드로 채운 연말 열기
춘천문화재단이 매년 연말 대중음악 공연으로 펼쳐온 ‘춘베리아 특급열차’가 ‘아트’라는 이름을 붙여, 밴드음악 축제의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춘천문화재단이 2022년부터 진행해 온 ‘춘베리아 특급열차’는 올해 ‘아트 인 춘베리아’로 이름을 바꾸며 새로운 출발에 나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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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언론, 언론과 역사는 사촌지간입니다.
역사는 과거의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합니다. 언론은 현재의 시사적인 사실을 보도합니다. 양측 모두 사실(事實), 팩트(fact)가 기본입니다.
역사학에서 사실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진정 어떠하였는가(wie es eigentlich gewesen)’ 독일의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1795~1886년)의 실증주의 역사관입니다. 엄밀한 사료 비판을 통해 역사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보조 학문으로 고고학, 금석학, 고전학(古錢學), 연대기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언론에서도 팩트는 가장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입 기자들이 경찰서를 출입하며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를 주문처럼 외우는 이유도 사실에 기초한 취재 보도의 중요성을 익히기 위한 것입니다.
역사학에서 랑케가 가고 이탈리아의 역사학자 베네데토 크로체(1866~1952년)가 왔습니다.
그는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라고 설파했습니다. 그 의미는 이렇습니다.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관점에서 과거를 본다. 따라서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재평가에 있다. 그렇습니다. 역사가가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고 재평가하지 않는다면, 기록될 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역사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이 역사철학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R.G 콜링우드(1889~1943년)는 역사는 ‘사실 그 자체’나 ‘사실 그 자체에 대한 역사가의 사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실과 해석의 상호관계 속에 있는 양자(兩者)라고 강조합니다.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에 살아 숨쉬는 과거인 것입니다. 과거 사실의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 기록은 사실의 선택과 그 해석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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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가 정보를 독점하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사실 여부를 놓고 다투다 “그거 신문에 났어!!”하면 말싸움이 끝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방송도 인터넷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신문은 정보를 독점하고 여론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의 단순한 사실 전달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이제 언론의 역할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우리들의 삶과 공동체에 의미가 있는 사실을 취사 선택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습니다. 언론의 의제 설정은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선택의 결과이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평가이자 해석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역사와 언론, 언론과 역사는 이란성 쌍둥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언론의 팩트 체크나 역사의 사료 비평은 기본 가운데 기본입니다.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시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과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평가는 사실 그 자체 만큼 아주 중요합니다.
지난 주말 은사인 길현모(吉玄謨) 선생이 1966년 4월19일 번역 출간했던 E.H. 카아(1892~1982년)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책표지는 세월따라 누렇게 변해 있었지만 내용은 변함없이 혜안이 번득이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가짜 역사책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위서(僞書)는 입에 담을 필요도 없겠죠.
곧 새해입니다. 병오년 한 해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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