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7호
2024.11.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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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역사학자 랑케(Ranke 1775-1886)가 산책 중에 골목에서 서럽게 우는 소년을 만났습니다. 소년은 우유를 싣고 배달을 가던 중 넘어지는 바람에 모두 깨져버린 우유 배상문제로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한푼 한푼 벌어서 살아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울고 있었어요”
소년의 사정을 들은 랑케가 소년에게 말합니다. “걱정하지 마. 지금은 내가 산책 중이라 가진 돈이 없지만 내일 이 시간에 여기로 나오면 내가 배상해 주마”라고 약속하며 소년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안아 주었습니다.
소년과 약속 후 집에 돌아오니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랑케의 역사학 연구비로 거액을 후원하고 싶으니 내일 당장 만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랑케는 매우 기뻤지만, 소년과의 약속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후원자를 만나려면 이른 아침부터 길을 떠나야 했기에 소년과의 약속은 지킬 수 없었습니다.
랑케는 망설임 없이 편지를 씁니다. “당신의 제의는 너무나 귀중하고 고마운 일이나 저는 그 시간에 다른 약속이 있어서 당신과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랑케는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고 우유를 대신 배상해 주었습니다.
이후 어떻게 됐을까요? 편지를 받은 후원자는 기분이 화가 났지만, 소년과의 약속 이야기를 듣고 랑케를 더욱 신뢰하게 됐고, 원래 후원하려고 했던 것보다 더 큰 돈을 후원했습니다.
약속과 신뢰는 인간관계의 기초이자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약속은 사람들 사이의 계약으로서, 서로가 정한 목표나 의무를 지킬 것을 다짐하는 것입니다. 한편 신뢰는 타인의 말과 행동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며, 약속이 이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상호작용하며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돕습니다.
또 약속을 지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자 책임감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약속하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은 실망하고, 그에 대한 신뢰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약속을 어긴다면 팀원 간의 협력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인 경쟁과 갈등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쌓는 것은 관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쁘다며 깜빡 잊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 핑계를 대며 약속을 어기고 계신 건 아닌지 저부터 되돌아봅니다. <김영희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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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지 배추재배 절반 뚝’ 예견된 위기
기후위기는 이제 현실입니다.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의 ‘기후의 역습, 10년간 연도·지역별 기후재난 피해 양상 분석’ 정책보고서를 보면, 인구수 대비 경제피해액을 산출한 결과 비수도권 지역이 수도권 지역에 비해 매우 컸습니다. 농림어업 비중이 높은 강원도의 경우 피해는 더 심각하고, 고스란히 도민들의 삶, 생계와 직결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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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아버지 넋 추모"
폐광지역을 떠난 옛 광산근로자와 가족을 초청해 폐광지역의 변화상을 알려주는 광부의 귀향 프로젝트를 통해 태백 순직산업전사위령탑에 모셔진 아버지의 위패를 35년만에 발견한 광부의 딸이 있어 뭉클함을 전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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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내가 지킨다멍"
“매일하는 산책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그동안 눈에 안 띄던 시설물도 잘 보이고 그동안 이렇게 많은 가로등이 밝혀주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도내 첫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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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새 옷 입는 주민등록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999년에 도입된 주민등록증의 디자인이 25년 만에 변경됩니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새로운 주민등록증에 대한 디자인 개발 방침을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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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kado 우체통] 대학생 친구들로부터 신문을 편집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방향성’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인간의 시선은 일반적으로 좌측 상단에서 우측하단으로 이동합니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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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해리스-트럼프 경합주서 마지막 휴일 유세
미국 대선이 현지 시간으로 11월 5일 치러집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허 대결로,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7개 경합주에서는 마지막까지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누가 당선될지에 따라 크게 혹은 작게 각국의 정치 경제 안보 정세는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모두의 셈법이 분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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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 번' 호산항 대물 손맛
광활한 동해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호산항 앞바다 방파제. 그 길이가 너무 길어 항공카메라에도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곳에서 지난달 26~27일 이틀 동안 전국 낚시인들이 모인 삼척시장배 전국바다낚시대회가 펼쳐졌습니다. 1년에 딱 한 번만 개방되는 호산항 바다낚시터에서 손맛을 보려는 낚시인들이 대거 몰려 참가접수 하루 만에 마감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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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쉰움산
굳이 삼척이라고 도시명을 먼저 끄집어낸 것은 아직 이 산의 존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 찾아갈 산은 ‘쉰움산(해발 670m)’. 삼척시 미로면과 동해시 삼화동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산은 그 이름부터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순우리말, 그것도 생경하기 이를 데 없는 이름입니다.
한자로 옮기자면, ‘오십정산(五十井山)’. 꼭대기 정상석에도 그렇게 표기돼 있습니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백이면 백, 모두 ‘쉰움산’을 오른다고 합니다. 우리말 산 이름이 이렇게 친근하다는 것을 쉰움산을 통해 실감합니다.
이제 눈치를 채셨나요? 쉰움산은 쉰(오십)+움(우물)에서 나왔습니다. 해답은 산 정상에 있습니다. 정상은 우물처럼 움푹움푹 파인 바위 구멍의 별천지입니다. 오십정이라고 하지만, 사발만 한 작은 구멍까지 합하면, 개수를 헤아리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습니다. 석회석 암반 지형이 이런 기묘한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쉰움산은 동해·삼척 지역 최고의 명산인 두타산(해발 1353m)의 지맥입니다. 쉰움산에서 3㎞ 정도 더 오르면, 두타산 정상입니다. 두타산과 한 몸인 셈이죠. 등산을 시작하는 들머리는 천은사(天恩寺) 입니다. 창건 역사는 신라 경덕왕 때 백련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천은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고종 황제 때입니다. 절 인근의 미로면 활기리에 조선 태조의 5대조 묘소인 준경묘가 있는데, 고종 황제 때 천은사를 준경묘를 관리하는 원당 사찰로 삼으면서 이름 붙여졌습니다. 임금의 은혜를 입었다는 뜻이죠. 천은사 입구에는 민족의 대서사시로 통하는 ‘제왕운기(帝王韻紀)’를 저술한 이승휴 선생의 사당도 존재합니다. 몽골 침략 때 외가가 있는 이곳 두타산 구동(龜洞)에서 제왕운기를 저술했다고 전해집니다.
천은사에서 쉰움산 정상까지 거리는 편도 2.1㎞. 정상에서 200여m를 더 오른 곳에도 절경이 자리 잡고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쉰움산은 민속 신앙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산에 음식을 올려 여러 신령들을 위로하는 ‘산멕이’ 제사 풍습이 요즘도 거행되고 있습니다. 동국여지승람에도 ‘1년에 두 차례 오십정산에서 산제를 지낸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산멕이 풍습은 민(民)·관(官)을 가리지 않고 그 역사가 장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울울창창 소나무가 기상을 뽐내고, 가을이면 계곡의 단풍이 또한 황홀하니 일부러라도 즐겨볼 만합니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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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읽고 그린 가을날
조선시대 회화 걸작과 실경산수화, 고려 불교의 본질과 미술의 정수, 선현들과 자연의 만남과 상징이 숨겨진 화폭 등이 ‘강원의 별장’에 왔습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기증작들로 마련된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
영화 ‘사흘’ 춘천 등 촬영
배우 박신양이 춘천에서 촬영한 오컬트 영화로 무려 11년만에 스크린 복귀합니다. 봄내영화촬영소를 비롯해 동산추모공원, 삼천동 수변공원 등 춘천 곳곳에서 촬영된 이번 영화는 박신양과 이민기, 이레가 호흡을 맞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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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재즈·바로크… 장르 넘나드는 음악 선물
대관령음악제의 기획공연 ‘사색 콘서트’가 국악,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올 가을과 겨울에도 다양한 관객과 만납니다. ‘강원의 사계-겨울’을 통한 바로크의 향연도 펼쳐집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사색 콘서트는 지난 9월 원주 출신 피아니스트 김홍기와 튀르키예 대통령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화려하게 시작했습니다. 오는 11월 13일 춘천 축제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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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도 즐겨먹었다는 흐르레기 '목이버섯'
비 내리는 가을. 바람 불고, 어둠이 짙어지면 더없이 쓸쓸합니다. 함께 할 연인은커녕 전화를 받을 친구마저 없다면? 오롯이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 이런 날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머피의 법칙’이 철저히 적용되지요. 빈약한 주머니 탓에 막소주 두서너 병에 단무지 몇 조각. 그래도 믿는 구석은 있습니다. 단골집 주인장의 살가운 인심! 그렇습니다. 비 내리는 가을엔 중국집 짬뽕 국물이 최곱니다. 그 어떤 음식도 쓰린 맘을 달래지 못할 때, 칼칼한 국물과 쓴 소주는 기막힌 조합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에 꼬들꼬들한 목이버섯이 더해지면? 세상 부러울 게 없지요.
목이버섯은 대단한 ‘감성’을 지녔습니다. 6월부터 11월까지 참나무와 뽕나무, 버드나무에서 자라는데 생김새가 ‘귀’를 닮았다 하여 목이(木耳)라 불립니다. 부드럽고 흐물흐물한 외형을 가져 ‘흐르레기’라 칭하지요. 이 버섯은 중국요리에 감초처럼 쓰이는 귀한 식재료입니다. 흰목이는 불로장생 버섯으로 대우받습니다. 왜일까요. 몸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독소 배출 능력이 뛰어나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서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데다 미백효과가 대단합니다.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목이버섯에 대해 동의보감은 “성질이 차고 맛이 달다. 독이 없다. 오장을 좋게 하고 독기가 몰린 것을 푼다”고 했고, 본초습유에서는 “색이 변하는 것, 밤에 광택이 나는 것, 짓무르려고 하는데도 벌레가 생기지 않는 목이는 모두 독이 있다”며 유난히 독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비약입니다. 독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건조와 조리 과정에서 독성이 제거됩니다. 약성본초에서는 “회화나무와 뽕나무에 붙은 목이가 으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참나무에서 난 목이도 식감과 질감이 대단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목이버섯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의학적 효과까지 검증됐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인터페론 성분은 암 예방에, 비타민 D와 칼슘은 뼈 건강에, 콜라젠은 피부 미용에 이롭습니다. 간을 보호하고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애주가들에게도 반가운 버섯입니다. 요 며칠 가을비가 흠뻑 내렸습니다. 메마르고 건조한 11월의 숲이 촉촉이 젖었으니 균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겠네요. 물기 가득한 참나무와 뽕나무에서 어떤 향연이 펼쳐질지. 위험을 무릎 쓰고라도 가을 산을 찾아야겠습니다.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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