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 제53호 
2025년 9월 22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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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이맘때 떨리는 마음으로 첫 번째 편지를 보냈습니다. 누군가 열어볼까, 몇 줄이라도 끝까지 읽어줄까, 사실은 걱정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작은 시도가 어느새 1년, 돌잔치를 맞은 아이처럼 뉴스레터도 첫 생일을 맞았습니다. 
  
 1년이면 돌잔치를 해야겠죠. 돌잔치라면 역시 돌잡이가 떠오르는데요, 여러분은 본인의 돌상에서 어떤 돌잡이 물건을 골랐는지 알고 계시나요? 오늘 뉴스레터는 돌상 앞에 앉았습니다. 연필을 잡으면, 앞으로 더 열심히 쓰라는 뜻이겠고, 마우스를 잡으면, 클릭 잘 받는 뉴스레터가 될까요? 마이크를 잡으면, 언젠가 목소리로 찾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을 잡는다면, 오래오래 여러분 곁에 있겠다는 다짐일 겁니다. 
  
 돌이켜보니 뉴스레터는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작은 다정의 자리 같았습니다. 때론 편지, 때론 일기처럼, 일상과 계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였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한주의 시작을 서두르는 이에게는 잠시 머물러 쉬어가며, 사소한 이야기 속에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누군가 열어본 기록과 짧은 메일 한줄 “잘 읽었어요”라는 한마디,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는 매주 조금 더 세심하게 일상을 바라보고, 말랑한 언어를 건져 올릴 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이 뉴스레터는 가끔 찾아오는 편안한 친구 같은 자리로 남고 싶습니다. 한 살을 채운 지금,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서툴더라도 꾸준히, 작더라도 따뜻하게,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성장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생일 축하 노래 대신, 조용히 ‘다음 주에도 잘 부탁합니다’라고 인사드리며 마칩니다.  <김영희 디지털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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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민일보 뉴스레터 한NU네가 1주년을 맞았습니다. 뉴스레터를 처음 기획하면서 세웠던 ‘끝없이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기록돼 기억돼야 하는 소식을 엄선해 전하겠다’는 기치를 굽히지 않고 달려온 1년이었습니다. 
  
♣ 뉴스레터 ‘한NU네’는요 
  
 1년간 일주일에 한 번 씩 총 52회의 뉴스레터가 발행됐습니다. 52번의 빠듯했던 일주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뉴스레터에 대해 “매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강원 지역의 핵심 소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 한눈에 볼 수 있는 길잡이”라는 독자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강원도민일보에서 하루동안 쏟아지는 기사의 수는 약 300~400개 입니다. 일주일로 치면 약 2100~2800개의 기사가 보도되는 셈입니다. 뉴스레터 제작을 위해서는 이 중에서 현안에 걸맞은 기사, 제작팀이 뽑은 가장 중요한 기사,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기사와 영상들을 선정합니다. 제작팀 전원이 각자 선정한 기사와 영상들을 가지고 회의를 하는데, 추린다고 추린 중요한 기사들 사이에서 또다시 ‘더 중요한 기사’를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조율입니다. 팀원들의 긍정적인 신경전이 있기도 합니다. 
  
 이와 동시에 한NU네 머리말 작고가 시작됩니다. 작고자의 말을 빌리면 ‘월요일 발행과 동시에 다음주 구상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또 “글에 틀린 부분은 없는지 팩트체크도 꼼꼼히 해야 하고, 어떤 문장이 어떤 독자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쓴다”고 했습니다. 
  
 디자인 작업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사들을 중요도 순으로 배치하고 기사 설명문을 다듬는 최종 작업입니다. 또 사진이 들어간 경우 알맞은 부분을 보기 좋게 잘라 넣어야 합니다. 칼럼마다 다른 배경색이 들어간다는 것을 혹시 눈치채셨나요? 칼럼마다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문패를 넣어주고 색상도 알맞게 바꿔줍니다. 
  
 이에 “단순한 기사 나열이 아닌,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더해주는 큐레이션 덕분에 우리 지역의 다양한 매력과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습니다”라는 독자의 응원이 우리의 정성을 알아주는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마지막으로 AI에게 이주의 운세를 묻고 띠별로 디자인 틀에 넣어주면 제작은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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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주 한UN네를 제작하고 있는 강원도민일보 디지털콘텐츠부 기자들을 소개합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최경진, 윤종진, 이은영 기자입니다. 맨 앞에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김영희 부장은 지금도 열일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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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을 다할텐데요 
  
 “우리 동네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중요한 현안까지 균형 있게 다루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라는 독자의 피드백처럼 제작팀은 매회 다채로운 기사를 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회차가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9일 발행됐던 12회 ‘악몽 같았던 숫자 102의 기억’ 편입니다. 뒤숭숭한 시국이라 무거운 내용으로 채워질 수 있었던 뉴스레터의 맨 처음 교복 사진을 넣었습니다. 교복이라는 일상적인 소재와 에피소드에 옅은 웃음을 짓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입 뒤가 씁쓸해졌죠. 쓰디쓴 시국을 담아내며 차분히 ‘지금 우리가 겪는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칼럼이었습니다. 
  
 이후 수많은 일들을 지나 새 정권이 들어섰지만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물음표입니다. 강원도민일보는 언제나처럼 중립을 지키며 지켜보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한NU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1년이 된 한NU네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제작팀은 다만 앞으로도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앞으로의 한NU네도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뉴스레터 ‘한NU네’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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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암댐 24년 만에 방류…“강릉 가뭄 해갈 기대”
 유례없는 최악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지역의 물 공급을 위해 평창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 방류가 20일 시작됐습니다. 비상방류는 이날 오후 1시쯤부터 강릉시 성산면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 방류구에서 시작됐습니다. 도암댐 방류는 2001년 중단된 이후 24년 만입니다. 방류와 함께 주말 사이 제법 많은 비가 내려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50%를 넘겨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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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아챔 데뷔에 춘천이 ‘들썩’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 승리를 위한 함성, 강원의 별이 되어라!” ‘도민구단’ 강원FC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동아시아 1차전 상하이 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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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 vs 노랑’ 
 국가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강릉 지역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강원 공직사회가 비상 대기에 나선 가운데 청록색과 노란색 민방위복 착용을 놓고 고심이 계속되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는 민방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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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묻기 힘든 강원
 발달된 디지털 기술을 누리며 인구 밀집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독과 우울을 말합니다. 기본적인 인사말인 ‘안녕’은 한자어 ‘安寧’에서 유래한 말로 아무 탈 없이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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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뼈 도둑
 골다공증은 ‘조용한 뼈 도둑’, ‘침묵의 질환’으로 불립니다. 특별한 증상 없이 뼈의 강도가 약해져 골절이 발생한 후에야 인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골다공증이란 말 그대로 ‘뼈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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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앞 특별한 장보기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춘천지역 11개 경제기관과 단체장이 모인 ‘수요회’는 17일 저녁, 풍물시장에서 추석맞이 장보기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민생경제 회복과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태자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촬영/편집 박상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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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촌 자체가 무대
 9월 문학주간을 맞아 김유정문학촌이 문학과 만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지역 문학을 다시 읽는 토크콘서트와 김유정 문학을 생생한 연극으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김유정문학촌은 20일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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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지역 어린이 예술경험 
 군 단위 지역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공연을 보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한창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중요한 교육이지만, 읍내에도 마땅한 공연이 없어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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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초반 대학에서 철학개론을 들으며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유토피아(Utopia). 20대 청년이 꿈꾸던 ‘유토피아’는 어느 곳에도 없다는 의미라는데 놀랐다. 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이상향(理想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철렁”하고 낙담했다.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1478~1535년)가 1516년 라틴어로 쓴 소설의 제목이자 얘기 속 가상의 섬나라다. 원제목은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한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대단히 훌륭한 소책자(Libellus vere aureus, nec minus salutaris quam festivus, de optimo rei 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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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머스 모어는 잉글랜드 국왕 헨리 8세의 대사로 임명된다. 그리고 카스티야 국왕 카를로스와의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대륙으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친분이 있던 에라스 무스의 제자 페터 힐레스를 만난다. 페터 힐레스는 그 자리에서 포르투갈 탐험가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를 소개한다. 얼마후 토머스 모어는 라파엘을 높이 평가하고, 헨리 8세의 정치고문이 될 것을 권한다. 하지만 라파엘은 왕을 비판하면서 유토피아라는 나라를 소개한다. 토머스 모어는 “도대체 유토피아가 어떤 섬이냐?”고 묻는다. 
  
 라파엘은 답한다. “유토피아는 경제는 공산주의, 정치는 민주주의입니다. 또한 교육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상적인 나라입니다!” 
  
 토머스 모어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리고 묻는다. “상당수 내용이 너무나 터무니없어 보입니다. 모든 것에 다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유토피아 공화국에서 시행되는 것 중에서 아주 많은 것이 여러 나라에서도 시행됐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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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에 유토피아가 있다면 동양에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있다. 오류(五柳)선생 도연명(陶淵明·365~427년)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온다. 
  
 무릉 사람이 물고기를 잡아 생활했다. 시내를 따라 올라가다 길을 잊어버렸다. 복숭아 나무 숲을 지나 산에 있는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빛을 따라 들어가니 환하게 밝아지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땅은 평평하고 드넓으며 집들이 가지런했다. 좋은 밭,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가 가득한 마을이었다. 
  
 사람들은 전란을 피해 정착했다고 했다. 바깥 세상과 이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인간 세상에서 어부가 온 것을 신기해하며 환대했다. 어부는 며칠 동안 꿈을 꾸듯 지내다 떠났다. 이별하는데 한 사람이 “외부 사람들에게 이 곳은 말할 게 못됩니다.”라고 말했다. 
  
 작별후 다시 와보겠다는 마음에 오고간 길 이곳저곳에 표식을 남겼다. 고향으로 돌아와 고을 태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사람들이 그 흔적을 따라 이상세계를 찾아 헤맸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뒤 ‘무릉도원’은 속세를 떠난 평화로운 이상향을 상징하게 됐다. 
  
 이제는 안다. 젊은 시절 꿈꿨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은 없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평등한 무등(無等)의 대동(大同) 세계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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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현실적이고 교훈적인 서사가 있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탓하며 강호를 떠돌다 결국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진 굴원(屈原·B.C. 343~B.C. 278년)이 은자(隱者), 어부와 주고 받았다는 어부사(漁父辭)다. 
  
 어부 : “당신은 초나라의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소?” 
  
 굴원 : “세상이 온통 다 흐렸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므로 추방을 당하게 되었소.” 
  
 어부 :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걸리지 않고 세상과 함께 잘도 어울리니, 세상 사람이 다 흐려져 있거늘 어찌하여 흙탕물 휘저어 그 물결을 날리지 않으며, 뭇 사람이 다 취해 있거늘 어찌하여 그 찌꺼기를 씹고 그 밑술을 들이마시지 않고,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스스로 추방을 당하게 되었소?” 
  
 굴원 : “내가 듣건데,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 쓰고,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고 했소. 어떻게 맑고 깨끗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망정, 어떻게 희고 흰 깨끗한 몸으로 세속의 더러운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쓸 수 있단 말이오?” 
  
 어부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노를 두드리면서 노래하며 떠나갔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유토피아와 무릉도원은 없다. 악(惡)과 선(善), 부정(不正)과 정(正)의 경계마저 점점 더 허물어지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나도 시인의 노래보다 어부의 노래가 점점 더 편안해지니 큰 도를 깨달은 셈이다. 
  
 깊은 밤 낭랑한 귀뚜라미의 시를 향수병에 담아두고 싶은 계절이다. 긴 연휴, 속세를 떠나 속리산(俗離山)으로 갈까? 고개에 서면 머리 깎고 스님을 꿈꾼다는 단발령(斷髮嶺)에 오를까?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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